가게 커피 맛이 서서히 흐려지는 날이 와요. 원두도 기계도 그대로인데요.
이게 알아채기 어려운 이유예요.
하루아침에 이상해지면 바로 찾아봤을 텐데, 조금씩 흐려지니까 몰라요. 매일 마시는 사람이 제일 늦게 알아채요. 저도 두 달이 지나서야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원두를 바꿔봤고, 기계를 청소했고, 물 온도도 확인했어요. 마지막으로 필터를 봤는데 거기였어요.
정수 필터는 두 가지를 잡아요.
두 번째를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물이 깨끗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미네랄이 아예 없는 물로 내리면 커피가 밋밋해져요.
기간으로만 잡으면 어긋나요. 쓰는 양이 다르니까요.
가게에서는 이렇게 봐요.
세 번째가 제일 먼저 나타나요. 그래서 저는 향이 이상하면 물부터 봐요. 순서를 그렇게 정해뒀어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드시면 이 얘기가 그대로 적용돼요.
정수기 필터를 안 갈고 오래 쓰시면 커피 맛이 흐려져요. 그냥 마실 땐 잘 몰라도 커피로 내리면 드러나요. 커피가 물맛을 확대해서 보여주거든요.
확인하는 법은 간단해요. 생수 한 병을 사서 같은 원두로 한 잔 내려보세요. 생수 쪽이 확실히 낫다면 필터를 갈 때가 된 거예요.
원두를 바꾸는 데 쓰는 돈보다 필터 한 번 가는 게 훨씬 싸게 먹히더라고요.
필터를 갈고 나면 며칠은 맛이 또 달라요.
물이 달라졌으니 같은 굵기와 같은 시간이 안 맞아요. 저는 필터를 간 다음 날 반드시 다시 잡아요. 그걸 안 하면 이번엔 반대로 진하거나 시게 나와요.
커피가 서서히 밍밍해지고 있으면 물부터 의심해보세요. 대개 거기서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