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 임원의 "배임 혐의" 뉴스를 보시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삿돈 빼돌렸다는 거지?"
그런데 기사는 회사에 불리한 헐값 계약을 맺어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고요. 돈을 빼돌렸다면 다른 이름이 붙었을 겁니다. 두 범죄는 비슷해 보이지만 갈리는 지점이 분명합니다.
횡령과 배임은 둘 다 남의 재산이나 일을 맡은 사람이 그 믿음을 저버린 범죄입니다.
회사 임원, 회계 담당자, 대리인 같은 사람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같은 법 조항에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뉴스에서도 함께 나오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횡령은 맡아 보관하고 있던 남의 돈이나 물건을 자기 것처럼 가져가거나 돌려주지 않는 것이고, 배임은 남의 일을 맡은 사람이 그 임무를 어겨 자기나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고 맡긴 쪽에 손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횡령에는 가져간 재물이 있습니다.
회사 계좌에서 돈을 빼서 개인 용도로 쓰거나, 맡아 둔 물건을 팔아버리는 것 같은 일입니다. 아버지가 떠올리신 "빼돌렸다"가 이쪽이죠. 횡령은 내 손에 들어온 남의 것이 핵심입니다.
배임에는 어긴 임무가 있습니다.
돈을 직접 가져가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맺거나, 담보를 함부로 내주는 식으로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손해를 끼치면 배임이 됩니다. 기사 속 헐값 계약이 그 경우였습니다. 배임은 손에 쥔 것보다 맡은 일을 어떻게 했느냐가 핵심입니다.
뉴스를 보실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두 혐의가 함께 적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사람이 가져가기도 하고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면 둘 다 붙겠지요.
횡령 뉴스라면 무엇을 얼마나 가져갔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배임 뉴스라면 어떤 임무를 어떻게 어겼고 어떤 손해가 났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하는 일입니다. 저는 두 이름이 어디서 갈리는지까지만 말씀드립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믿음을 저버린 것은 같습니다. 가져갔는지 어겼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