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반품을 3주째 미루고 계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상자를 다시 포장하는 게 귀찮아서였다고요. 그 분은 자기가 너무 게으르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같은 주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예매는 새벽 알람까지 맞춰 성공하셨답니다. 게으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그 분의 3주는 게으름이 아니라 귀찮음이었습니다.
귀찮음과 게으름은 둘 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어 미루는 모습입니다.
손이 안 가고, 내일로 넘기고, 미룬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귀찮음은 특정한 일이 번거롭게 느껴져 하기 싫은 감정이고, 게으름은 일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는 것 자체를 미루는 버릇입니다.
귀찮음에는 하기 싫은 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상자를 찾고, 테이프를 붙이고, 수거 신청을 하는 그 과정이 번거로운 거죠. 다른 일에는 기운이 있습니다. 공연 예매처럼 원하는 일에는 새벽에도 일어납니다. 그래서 귀찮음은 그 일의 번거로움을 줄이면 풀립니다.
귀찮음과 하기 싫음, 무기력과 귀찮음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게으름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게으름은 일을 가리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대개 미룹니다. 특정한 일이 번거로워서가 아니라 움직이는 것 자체를 뒤로 미루는 습관이죠. 그래서 게으름은 일 하나를 쉽게 만들어도 잘 풀리지 않습니다. 다른 일에서 또 미뤄지니까요.
무기력과 게으름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전에 했습니다. 게으름이라고 부르기 전에 힘이 빠진 상태는 아닌지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귀찮음을 게으름이라고 부르시면 일 하나 때문에 나 전체를 탓하게 됩니다. 새벽 알람을 맞춘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이름이겠지요.
귀찮음이라면 그 일을 쪼개시면 됩니다. 오늘은 상자만 찾아두고, 내일 테이프를 붙이는 식으로요.
게으름이라면 일 하나가 아니라 하루의 시작 방식을 보셔야 합니다. 이름이 정확하면 고칠 곳도 작아집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미루는 것은 같습니다. 원하는 일에는 움직이는지만 보시죠.
정확히 부르는 것만으로 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