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을 십 분 만에 다 넘기시고는 볼 게 없다고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설명 글이 절반이었습니다. 다 넘기신 건 맞는데 읽으신 건 아니었죠.
그림이 많은 책을 들면 우리는 속도를 올립니다. 글이 적으니 금방 끝날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림은 읽는 데 시간이 더 듭니다. 글은 순서대로 들어오는데 그림은 한꺼번에 들어오죠. 어디를 먼저 볼지 정하는 일이 읽는 사람 몫이라, 아무 데나 보면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앞서 소리 내어 읽는 얘기에서 눈이 아는 것을 건너뛴다고 적었는데, 그림에서는 그 건너뜀이 훨씬 큽니다.
제가 쓰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하나, 그림 전체를 한 번 봅니다. 무엇이 있는지만 훑습니다. 둘, 설명 글을 읽습니다. 대개 그림 아래나 옆에 작게 붙어 있죠. 여기에 무엇을 보라는 안내가 들어 있습니다. 셋, 그 안내를 들고 그림으로 돌아갑니다. 이때 처음에 못 본 게 보입니다.
이 셋이면 한 쪽에 이삼 분이 듭니다. 십 분에 다 넘기는 것보다 훨씬 느리지만 남는 건 완전히 다르죠.
한 갈래로 묶기 어려워서 갈라두겠습니다.
도감. 찾아 쓰는 책입니다. 앞서 사전 얘기에서 적은 참고도서 쪽이라 처음부터 읽는 책이 아니죠. 궁금한 게 생겼을 때 그 항목만 보시면 됩니다.
화보나 사진집. 한 장씩 오래 보는 책입니다. 하루에 몇 장이면 충분하고요.
그림으로 설명하는 책. 도해나 인포그래픽이 중심인 것이요. 이건 오히려 글을 먼저 읽고 그림으로 확인하시는 게 빠릅니다.
만화. 칸의 순서와 여백이 다 정보라 그냥 넘기시면 됩니다. 오래 보시면 흐름이 끊기죠.
앞서 그림책 얘기를 적었는데 거기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어른이 읽어주실 때 글만 읽고 넘기시면 아이는 못 따라옵니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있거든요. 아이가 그림에서 눈을 뗄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림은 빨리 지나가라고 넣은 것이 아니라, 멈춰 서라고 넣은 것이다.
저는 한 항목만 같이 봤습니다. 설명 글까지요.
그러시더니 그 옆 항목을 혼자 보시더군요. 그날 두 시간을 계셨습니다. 같은 책이었고 순서만 바뀐 것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