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동안 열 쪽쯤 읽으시고는 남은 두께를 손으로 재보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시더군요.
느린 게 문제라고 생각하셨던 겁니다. 저는 그 앞에 정할 것이 하나 있다고 봅니다.
먼저 이것부터 말씀드리는 게 낫겠죠. 한 가지 속도로 모든 책을 읽는 게 오히려 문제입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내가 느리냐가 아니라 이 책을 어떤 속도로 읽을 것인가입니다. 이걸 정하지 않으면 모든 책을 같은 속도로 읽고, 그중 절반에서 헛돕니다.
느리다고 느끼시는 분들을 보면 원인이 대개 셋입니다.
되돌아가기. 한 문단을 읽고 이해가 안 돼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이게 반복되면 시간이 두 배로 듭니다.
속으로 소리 내기. 눈으로 보면서 머릿속으로 발음합니다. 그러면 말하는 속도 이상으로는 못 올라가죠.
모르는 낱말에서 멈추기. 하나 나올 때마다 찾아보면 흐름이 계속 끊깁니다.
각각 방법이 있습니다.
되돌아가기는 손가락이나 펜으로 줄을 짚어가며 읽으면 줄어듭니다. 시선이 뒤로 못 가게 붙잡아주거든요. 유치해 보이지만 실제로 잘 듣습니다.
속으로 소리 내기는 완전히 없앨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정보성 글에서는 덩어리로 보는 연습을 하시면 됩니다. 한 낱말씩이 아니라 서너 낱말씩 눈을 옮기는 것이죠.
모르는 낱말은 표시만 하고 지나가십시오. 한 장이 끝난 뒤에 한꺼번에 찾으시면 됩니다. 대개 두세 개는 문맥으로 풀려 있습니다.
한 장에 몇 초 같은 방법을 물으시면 저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훑어서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는 건 분명 기술이고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건 찾는 읽기지 따라가는 읽기가 아닙니다. 논지가 있는 글을 그렇게 지나가면 결론만 남고 그 결론에 이른 과정은 안 남죠.
그리고 남은 게 없으면 결국 다시 읽게 됩니다. 두 번 읽는 게 한 번 느리게 읽는 것보다 오래 걸리더군요.
빨리 지나간 길은 지나간 것이지 걸어본 것이 아니다.
역설처럼 들리겠지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건 기술이 아닙니다.
그 분야를 이미 얼마나 아느냐입니다. 아는 분야의 책은 누구나 빨리 읽습니다. 배경 지식이 빈 자리를 메워주니까요. 그러니 속도를 올리고 싶으시면 같은 분야를 몇 권 이어서 읽으시는 게 어떤 훈련보다 빠릅니다.
두께를 손으로 재보셨던 그분께 저는 그 책을 다 안 읽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필요한 세 장만 보시라고요.
그날 한 시간에 그 세 장을 다 보셨습니다. 속도가 는 게 아니라 읽을 양을 정하신 것이었죠. 대개 순서가 그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