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이야기를 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한 친구는 "나 그 정도 술은 물이지"라며 잔을 연달아 비웠고, 다른 친구는 렌트한 외제차 키를 테이블 위에 일부러 올려두었다고요.
그 분은 둘 다 허세라고 하셨습니다. 앞의 친구는 맞습니다. 뒤의 친구는 허영에 가깝습니다.
허세와 허영은 둘 다 자기를 실제보다 크게 보이려는 태도입니다.
말을 부풀리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앞에 내놓습니다. 듣는 쪽에서는 비슷하게 불편하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허세는 실속 없이 강하거나 대단한 척하는 것이고, 허영은 분수에 넘치게 가진 것이 많아 보이려는 마음입니다.
허세는 힘이나 능력을 부풀리는 것입니다.
술이 세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무섭지 않다 같은 말들입니다. 보여주려는 것이 내 힘이죠. 그래서 허세는 대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험받는 순간 무너지기 쉽습니다. 잔을 연달아 비운 친구가 그날 어떻게 집에 갔을지는 짐작이 가실 겁니다.
허영은 가진 것이나 처지를 부풀리는 것입니다.
차, 옷, 사는 동네, 다니는 곳 같은 것들입니다. 보여주려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이고, 그걸로 남보다 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죠. 그래서 허영은 물건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이블 위의 차 키처럼요.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둘이 같이 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느 쪽이 더 앞에 나오는지 보시면 되겠지요.
허세라면 그 말을 그대로 시험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시험받는 순간 무너지는 말이니까요.
허영이라면 비교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허영은 옆 사람의 반응을 먹고 자랍니다. 내 쪽에서 비교를 멈추면 테이블 위의 차 키는 그냥 열쇠가 됩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크게 보이려는 것은 같습니다. 무엇을 부풀렸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