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게 구는 이용자에게 유난히 공손하게 응대하시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나간 뒤에 한참 자료만 정리하시더군요. 저는 그 정리하는 손을 봤습니다.
이상한 일인데 실제로 그렇죠. 불편한 사람 앞에서 더 친절해지는 분이 계십니다.
싫은 티를 냈다가 생길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서죠. 그래서 반대쪽으로 갑니다. 아주 예의 바르게, 빈틈없이요. 그러면 적어도 트집은 안 잡히니까요.
앞서 웃어넘기는 버릇을 적었는데 같은 자리에서 나오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쪽은 훨씬 힘이 듭니다.
이걸 나쁜 습관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죠. 지켜지는 게 분명히 있죠.
그 자리가 커지지 않습니다. 감정을 실으면 일이 길어지는데, 예의로 처리하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나중에 후회할 말을 안 하게 됩니다. 앞서 화가 나중에 오는 성격을 적었는데, 그 자리에서 낸 말이 더 오래 남더군요. 상대에게 빌미를 안 줍니다. 이게 실무에서는 꽤 큽니다.
그러니 이건 약해서가 아니라 고른 방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값이 나중에 나온다는 거죠.
그 사람이 나간 뒤에 한참 아무 일도 못 하게 되죠. 하루가 이상하게 지치고요. 밤에 그 장면이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친절했던 만큼 안에서 쓴 겁니다.
그런데 밖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잘 처리한 사람으로만 남죠. 그래서 그 피로를 아무도 안 세어줍니다.
없애자는 얘기는 아니죠. 다만 하나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그 자리에서 힘을 썼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시는 것. 앞서 눈물 참는 데도 힘이 든다고 적었는데, 여기서도 같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고 넘기면 이유 없이 지친 사람이 되고, 세어두면 오늘 일한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쉬는 시간을 붙이십시오. 바로 다음 일로 넘어가면 그게 안 빠집니다.
한 가지는 덧붙이고 싶군요. 선을 넘는 자리에서는 안 참으셔도 됩니다.
무례가 반복되면 그건 사정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그때는 정중하게 끊는 게 맞고, 그건 예의를 저버린 게 아닙니다. 저희도 그렇게 배웠고요.
티를 안 내는 일은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이 아니다. 가장 많이 쓰는 일에 가깝다.
저는 그날 커피를 한 잔 타서 옆에 뒀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고요.
한참 뒤에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서로 말 안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