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었다고 하시는 분께 처음에 무엇을 하려 하셨느냐고 여쭤봤습니다. 답이 안 나오시더군요.
잊으신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적어두신 적이 없었을 수도 있죠. 두 이름을 갈라두면 무엇이 빠졌는지가 보입니다.
초심과 열정은 둘 다 시작할 때 있던 것입니다.
둘 다 시간이 가면 옅어지고, 둘 다 없어지면 그 일이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하나로 부르시는데, 성질이 다릅니다.
초심은 기준이고 열정은 온도입니다.
초심은 시작할 때 이건 이렇게 하겠다고 정한 선입니다.
손님은 이렇게 대하겠다, 이 부분은 타협하지 않겠다, 이걸 위해서 하겠다. 문장으로 적힙니다. 그래서 초심은 지금과 비교가 됩니다. 그때 정한 것과 지금 하는 것을 나란히 놓으면 되니까요.
초심은 안 뜨거워도 됩니다. 기준이라 지키기만 하면 되거든요.
열정은 시작할 때의 세기입니다.
밤을 새워도 안 힘들고, 하는 게 재밌고, 계속 생각납니다. 그런데 온도는 원래 내려갑니다. 몇 년을 같은 세기로 유지하는 사람은 없더군요.
열정이 식는 것은 고장이 아닙니다. 그게 정상적인 경로지요.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못 대셨다면 잃으신 게 아니라 아직 안 적으신 것일 수 있겠지요.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열정이 식은 것을 초심을 잃었다고 부르면 온도를 되찾으려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온도는 의지로 안 올라갑니다. 그래서 안 되고, 안 되면 자기를 탓하죠.
초심은 다릅니다. 기준이라 지금이라도 적으면 됩니다. 뜨겁지 않아도 지킬 수 있고요. 오래 하는 사람은 대개 온도가 아니라 기준으로 버티더군요.
열정이 식으셨으면 할 일은 없습니다. 그건 원래 내려가는 것입니다.
초심 쪽이면 할 일은 되찾는 게 아니라 지금 적는 것입니다. 이 일에서 지킬 것 세 줄이면 됩니다. 처음에 뭐라고 생각했는지 기억이 안 나셔도 괜찮습니다.
적어두면 그때부터 비교가 됩니다. 비교가 되면 어긋난 자리도 보이고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처음에 있던 것은 같습니다. 문장으로 적히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