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을 들였는데 두 권밖에 안 봤다고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안 본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자리에서 아이 탓을 못 하겠더군요.
낱권보다 안 읽히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고른 게 아니라 들어온 겁니다. 한 권씩 고르면 그 책을 보고 싶어서 고르죠. 한 질이 한 번에 오면 고르는 과정이 빠집니다. 앞서 서가를 걷다 책을 만나는 법을 적었는데, 그 자리가 통째로 없는 셈이고요.
수가 부담이 됩니다. 서른 권이 꽂혀 있으면 한 권 빼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다 봐야 할 것 같아서요.
수준이 안 맞는 권이 섞여 있습니다. 한 질에는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이 같이 들어 있죠. 어려운 데서 막히면 거기서 멈춥니다.
한두 권만 빌려서 보여주십시오. 이게 제일 확실합니다. 도서관에 전집이 있는 경우가 많고, 없으면 같은 출판사 낱권을 보시면 되죠. 앞서 안 읽고 쌓아둔 책 더미에서도 적었는데, 사기 전에 빌려보는 게 실패를 크게 줄입니다.
낱권으로 파는지 보십시오. 요즘은 나눠 파는 데가 늘었습니다. 다섯 권만 들이고 반응을 보셔도 되고요.
출간 연도를 보십시오. 오래된 전집은 정보가 지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과학이나 사회 쪽이요.
낱권 값과 비교하십시오. 묶음이라 싸 보이는데 안 볼 권까지 합친 값입니다. 열 권 중 세 권만 보시면 그 세 권이 비싸게 먹힌 거죠.
중고를 보십시오. 전집은 중고가 많이 나옵니다. 앞서 헌책방에 책 파는 법을 적었는데, 전집은 잘 안 사주는 물건이라 그만큼 싸게 나오죠.
도서관에 있는지 먼저 보십시오. 있으면 안 사셔도 됩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한 작가를 이어 읽으실 때. 앞서 한 저자를 이어 읽는 법을 적었는데, 그 경우에는 한 질이 편합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시리즈 소설은 낱권으로 모으다 중간이 빠지면 곤란하죠. 자료로 두실 것. 사전이나 도감처럼 찾아 쓰는 것들요. 이건 다 읽는 물건이 아니니까 수가 많아도 됩니다.
두 권밖에 안 봤다고 하신 분께 드린 말씀입니다.
전부 꽂아두지 마십시오. 서너 권만 눈에 보이는 데 두시고 나머지는 넣어두시면 됩니다. 앞서 더미에서 한 권 빼서 눈에 보이는 데 두시라고 적었는데 같습니다.
안 볼 권은 보내셔도 됩니다. 한 질이라고 다 갖고 계실 이유는 없죠.
한 권씩 고르는 일이 읽기의 절반이다. 한 번에 들어온 책에는 그 절반이 빠져 있다.
서너 권만 꺼내 두셨습니다. 나머지는 상자에 넣으셨고요.
한 달 뒤에 다섯 권째를 보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책은 그대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