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원두를 살 때 갈아 달라고 하면 대부분 갈아 줘요. 그런데 "그냥 갈아 주세요"보다 "드립으로 내릴 거예요"처럼 뭘로 내릴지를 말해 주시면 훨씬 맞는 굵기로 갈아 드릴 수 있어요. 도구마다 맞는 굵기가 다르거든요.
원두를 사시던 손님이 "그냥 갈아 주세요" 하셨어요. 뭘로 내리시는지 여쭤봤어요.
한참 생각하시더니 "주전자로 붓는 거요" 하셨어요. 아마 핸드드립일 거라고 했더니, 드리퍼 모양이 기억이 잘 안 난대요. 그래서 둘이 손으로 드리퍼 모양을 그려 봤어요. 결국 원뿔 모양이라는 걸 알아내고 거기에 맞게 갈아 드렸어요.
앞서 기구별 분쇄 굵기 얘기를 드린 적이 있는데, 그 차이 때문이에요. 드립용으로 간 걸 프렌치프레스에 쓰면 가루가 너무 많이 넘어오고, 반대로 하면 밍밍하게 나와요.
갈아 둔 원두는 통 원두보다 향이 빨리 날아가요. 공기에 닿는 면이 훨씬 넓어지니까요.
그래서 갈아서 사실 거면 조금씩 사세요. 일주일 안에 마실 만큼이 좋아요. 그리고 밀폐 용기에 담아 두세요. 앞서 원두 보관 얘기를 드렸을 때와 같은 이유예요.
그라인더가 있으시면 통 원두로 사서 내리기 직전에 가는 게 제일 향이 좋아요. 다만 처음부터 그라인더를 살 필요는 없어요. 갈아서 사도 충분히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저희 가게에서는 원두를 갈아 드릴 때, 봉투에 어떤 도구용인지 적어 드려요. 다음에 오셨을 때 같은 굵기로 갈아 드리려고요. 그 손님 봉투에는 "원뿔 드리퍼"라고 적혀 있어요.
원하는 걸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더 잘 맞춰 드릴 수 있어요. 카운터는 원래 그런 대화를 하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