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에 미터 단위 숫자가 적혀 있는 걸 보고 이게 높으면 좋은 거냐고 물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고도가 올라가면 기온이 내려가요. 밤과 낮의 온도 차도 커지고요.
그러면 커피 열매가 천천히 익어요. 천천히 익으면 씨앗이 단단해지고 안에 든 성분이 촘촘해져요. 향과 산이 또렷해지는 것도 그래서고요.
앞서 얘기한 케냐나 에티오피아가 앞쪽이고, 브라질이 뒤쪽에 가까워요.
높은 데서 기르는 게 그만큼 어렵거든요.
경사가 급해서 기계를 못 써요. 사람이 지고 오르내려야 하죠. 길도 험하고 운반비도 더 들어요. 그리고 나무가 자라는 데 시간이 더 걸리니 수확량도 적어요.
그러니까 고도에 붙은 값은 맛값이면서 동시에 거기까지 올라가는 값이에요.
이 얘기를 꼭 붙이고 싶어요.
산미를 싫어하시는 분한테 고지대 원두를 드리면 실패해요. 시다고 하시거든요. 그분한테는 낮은 데서 자란 원두가 훨씬 맞아요.
그리고 우유를 넣어 드실 거면 고지대 원두의 섬세한 향은 다 묻혀요. 값을 버리는 셈이죠.
고도는 등급이 아니라 어떤 결인지 알려주는 표시예요. 이걸 등급으로 읽으면 매번 어긋나요.
봉지에 이렇게 적혀 있는 걸 보실 거예요.
숫자에 미터를 붙여 적기도 하고, 나라마다 등급 이름으로 적기도 해요. 중미 쪽에서 자주 보이는 표시가 그런 식이에요. 결국 다 고도 얘기예요.
숫자 두 개가 범위로 적혀 있으면 그 농장이 여러 높이에 걸쳐 있다는 뜻이에요.
고도 숫자는 맛의 점수가 아니라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에 가깝더라고요.
취향이 정해지셨으면 이 숫자가 아주 편해요.
산미가 좋으시면 높은 쪽, 묵직한 게 좋으시면 낮은 쪽을 고르시면 돼요. 나라 이름을 다 외우실 필요 없이 숫자 하나로 좁혀지거든요.
봉지에 미터 숫자가 적혀 있으면 알려주세요. 어떤 결일지 대충 짚어드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