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손님들 얘기에 김장이 나오기 시작했어. 아직 이르긴 한데 다들 미리 걱정이래.
한 손님은 뉴스에서 배춧값 얘기를 들었대.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다고. 다른 손님은 김장을 할지 말지부터 고민이래. 식구가 줄어서.
나는 김장을 해본 적이 없어. 그래서 듣기만 했는데 꽤 재밌더라.
김장 걱정을 할 때는 다들 목소리가 낮았어. 값이 어떻고, 허리가 아프고, 일손이 없고.
근데 얘기가 누구네 김치가 제일 맛있냐로 넘어가자 갑자기 목소리가 커졌어. 엄마 김치, 할머니 김치, 시댁 김치. 서로 자기 집 게 최고래.
그걸 보는데 웃겼어. 걱정은 작게 하고 자랑은 크게 하더라. 김장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건가 봐.
객잔도 겨울 준비가 있어. 땔감은 여름에 사둬야 한다고 전에 적었지. 반찬도 그래.
겨울엔 장에 나오는 게 줄어. 그래서 가을에 미리 정해둬. 뭘 절이고 뭘 말리고 뭘 묻을지. 처마에 매단 곶감도 그 하나야.
손님들 김장 얘기 들으면서 나도 이번 겨울 반찬 목록을 다시 봤어. 김치는 쌀 대주는 집에서 조금 얻기로 했어. 내가 담그면 손님한테 미안한 맛이 날 것 같거든.
무협엔 겨울 장면이 드물어. 계절이 잘 안 바뀌는 세계라고 전에 적었잖아.
나와도 눈 덮인 산에서 싸우는 장면이지,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는 안 나와. 무협 인물들은 뭘 먹고 겨울을 버티는지 아무도 안 알려줘. 벽곡단 한 알이면 되는 사람들이니까.
근데 객잔 주인 눈으로 보면 그게 제일 궁금해. 겨울 반찬은 누가 챙겼을까. 문파에도 분명 김장 비슷한 날이 있었을 거야. 제자들이 줄지어 배추 나르는 날.
한 손님이 그러더라. 김장은 힘들어도 같이 하는 날이라 좋은 거래. 식구들이 다 모이고, 이웃도 거들고, 끝나면 수육 삶아 먹고.
그 말 듣고 알았어. 김장 걱정의 반은 일손 걱정이 아니라 사람 걱정이구나.
김장 날 정해지면 객잔 한번 들러. 그날은 수육 한 접시쯤은 내가 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