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드린 자료를 받으시고는 뭐라도 드려야 하는데, 하며 가방을 뒤지신 분이 있었습니다.
제 업무였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걸 빚으로 받으신 거죠.
호의를 잘 못 받는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받은 즉시 갚을 것을 계산합니다.
고맙다는 마음보다 부담이 먼저 오죠. 얼마나 받았는지, 무엇으로 갚아야 하는지,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지요. 그 계산이 도는 동안 고마운 감정은 뒤로 밀립니다.
앞서 고마움을 빚으로 받는 얘기를 다른 자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여기가 그 자리입니다.
이유가 몇 가지 겹쳐 있더군요.
신세 지는 게 싫어서. 혼자 해결하는 걸로 자기를 세워온 사람에게 받는 일은 그 기준이 무너지는 일입니다.
갚을 자신이 없어서. 받아두고 못 갚으면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죠. 그래서 아예 안 받는 쪽이 안전해집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대가 없이 주는 사람을 겪어본 적이 적으면, 이 사람이 왜 이러나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대목입니다.
호의를 거절하면 주려던 사람 손에 그게 그대로 남습니다.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이 갈 데가 없어지죠. 그러면 다음번에는 안 내밀게 됩니다.
그래서 잘 받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닙니다. 받는 것까지가 주고받는 일의 절반이거든요.
갚는 방법을 찾으시는 분들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그 자리에서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됩니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시면 더 좋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요. 주는 쪽에서 제일 듣고 싶은 게 그겁니다. 물건으로 갚는 것보다 그게 큽니다.
갚고 싶으시면 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하셔도 됩니다. 주고받는 건 일대일로 정산하는 게 아니니까요.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주려는 사람도 계속 줄 수 있다.
저는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게 제 일이라고요.
한참 뒤에 오셔서 그때 찾아준 자료가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말이 그날 가방에서 나올 뻔했던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