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째 아무도 안 빌리던 책에 한 주 만에 예약이 열 건 넘게 걸린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은 그대로였습니다. 바뀐 건 밖이었죠.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죠. 앞서 신청되는 책이 쏠린다고 적었는데, 그 쏠림이 신간이 아니라 오래된 책으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밖에서 온 이유입니다. 어떤 일이 크게 다뤄지면서 그 주제 책이 다시 찾아지거나, 영상으로 만들어졌거나, 누가 언급했거나요. 뉴스에서 봤다고 하시는 분이 여럿입니다.
이 일이 알려주는 게 하나 있습니다.
대출이 없다는 게 그 책의 값어치는 아니라는 것이죠. 앞서 제적 얘기에서 몇 해째 안 빌린 책을 뺀다고 적었는데, 그 기준을 조심스럽게 쓰는 이유가 이겁니다. 빼고 나서 그 책이 필요해지는 때가 실제로 옵니다.
그럴 때 저희는 다시 삽니다. 이미 절판됐으면 못 사고요.
한 가지는 분명하죠. 시간이 지나도 안 낡는 갈래가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일을 다룬 책. 기술은 바뀌어도 이쪽은 거의 안 바뀝니다. 한 시대를 기록한 책. 그때는 기록이었는데 지금은 자료가 됐죠. 논쟁을 정리한 책. 그 논쟁이 다시 올라오면 그대로 쓰입니다.
반대로 정보가 중심인 책은 몇 해면 틀린 게 됩니다. 앞서 정보가 맞는지 가릴 때 날짜를 보라고 적은 게 그 때문이고요.
서점 매대는 이번 달 책으로 채워집니다. 앞서 신간이 서가에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적으면서도 같은 말씀을 드렸죠.
그래서 오래된 책을 만나는 자리가 도서관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여기는 매대가 아니라 서가라 이십 년 전 책이 그대로 꽂혀 있으니까요.
목적 없이 걷다가 만나는 것도 대개 이쪽입니다.
읽히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고 그 책이 비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읽을 사람이 아직 안 왔을 뿐이다.
한 달쯤 지나니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지금은 또 아무도 안 빌리고요.
저는 그게 이 서가가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안 읽히는 동안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필요해질 때 거기 있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