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든 손님이 사물함 앞에 서 계셨습니다. 승진 축하로 받았다고요. 그런데 그 꽃을 사물함에 넣어 두고 빈손으로 열람실에 들어가시더군요. 나중에 나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들고 다니면 다들 쳐다봐서 어색하다고요.
축하받을 일인데 숨기고 싶은 마음. 생각보다 많은 분이 갖고 계시죠.
주목받는 게 불편합니다. 여러 사람의 눈이 저에게 쏠리면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과분하다고 느낍니다. "운이 좋았을 뿐인데" 하는 마음이 먼저 듭니다. 갚아야 할 것 같습니다. 축하를 받으면 나중에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따라오죠. 앞서 호의를 잘 못 받는 성격을 적었는데, 그 마음과 뿌리가 같습니다. 남의 기분을 먼저 살핍니다. 제가 기뻐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조심하게 되죠.
"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 이 말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축하하는 쪽도 머쓱해집니다. 마음을 건넸는데 받아 주지 않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저도 제가 해낸 일을 제대로 느낄 기회를 놓칩니다. 기뻐할 틈 없이 다음 일로 넘어가 버리죠.
차라투스트라는 「베푸는 덕에 대하여」에서 가장 높은 덕을 베푸는 덕이라고 부릅니다. 넘치는 것을 나누는 마음이죠.
그런데 베푸는 사람이 있으려면 받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축하를 기꺼이 받는 일은 상대가 베풀 수 있게 해 주는 일이기도 하죠. 받지 않으면 상대의 선물은 갈 곳을 잃습니다.
주는 손만 귀한 것이 아니다. 기꺼이 펼친 받는 손이 있어야 선물은 선물이 된다.
"고맙습니다"에서 멈추십시오. "아니에요"나 "별거 아니에요"를 덧붙이지 않는 연습이죠.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축하해 준 사람을 기억해 두십시오.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 제 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기록으로요. 혼자서라도 한 번 기뻐하십시오. 사람들 앞이 어색하다면, 집에 와서 조용히 저를 축하해 주는 겁니다.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짧게 정하십시오. 오래 주목받는 게 힘들다면 잠깐만 받아도 됩니다.
폐관 무렵 그 손님이 사물함에서 꽃다발을 꺼내셨습니다. 이번엔 품에 안고 나가시더군요. 나가시면서 그러셨죠. 집에 가서 꽃병에 꽂아 두겠다고, 그건 남 눈치 안 봐도 되니까요.
축하를 받는 일은 여전히 어색할 겁니다. 그래도 저는 건네받은 마음을 밀어내지 않고, 고맙다는 한마디로 그 선물을 제 것으로 받아 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