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했고 받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다 끝난 일이었어요.
그런데 다음에 만났을 때 이상하게 말이 겉돌더라고요. 풀렸는데도 예전 자리로는 안 돌아가는 겁니다.
제일 먼저 티가 나는 건 조용해질 때입니다.
전에는 둘 다 아무 말 안 해도 편했거든요. 지금은 그 조용함이 좀 길게 느껴져요. 누가 먼저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요.
말이 없어서 어색한 게 아니라 말이 없는 걸 견디는 힘이 줄어든 셈이겠지요.
부서진 것을 붙이면 다시 쓸 수는 있다. 다만 붙인 자리는 늘 조금 더 조심스럽다.
어색한 이유를 찾아보니 조심 쪽에 있더군요.
또 같은 데를 건드릴까 봐 서로 말을 고릅니다. 고르다 보면 자연스러움이 빠지고요. 미워서 어색한 게 아니라 아끼느라 어색한 겁니다.
그러니까 그 어색함은 사이가 나빠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신경 쓰고 있다는 표시인걸요.
저는 한동안 예전으로 돌아가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게 안 되니까 화해가 실패한 것 같았어요. 다시 잘 지내는 척을 하다가 더 지치기도 했고요. 목표를 잘못 잡았던 셈이군요.
한 번 어긋난 사이는 원래 자리로 안 갑니다. 다른 자리로 갈 뿐이에요.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 다른 자리가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예전보다 덜 편하지만 서로 더 조심합니다. 함부로 넘겨짚지 않고요. 편하기만 하던 시절에는 안 하던 것들을 하게 됐네요.
가까움의 종류가 바뀐 거겠지요. 얕아진 게 아니라 결이 달라진 쪽에 가깝습니다.
없어지느냐고 하면, 아주 없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만나는 횟수가 쌓이면 닳기는 하더라고요. 새 자리에서 같이 보낸 시간이 조금씩 쌓이니까요. 붙인 자리에 다시 먼지가 앉는 정도로 자연스러워집니다.
오늘 누구와 풀고 나서 오히려 어색하셨다면, 그건 화해가 잘못돼서가 아닙니다.
붙인 자리를 서로 조심하고 있는 거겠지요. 예전으로 못 돌아가는 게 실패는 아닌걸요. 저는 요즘 그 정도로 생각하고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