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 시즌이 되면 저녁마다 휴대폰으로 중계를 보시는 손님이 늘어요. 이어폰 한쪽을 끼고 화면을 보시다가 가끔 숨을 참으세요. 카운터에서 보면 손님들 표정만으로 경기 흐름이 보일 때가 있어요.
창가 자리 손님 한 분이 휴대폰으로 경기를 보고 계셨어요. 한참 조용하시다가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나셨어요.
소리는 하나도 안 내셨어요.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시더니 머쓱하게 다시 앉으셨어요. 제가 웃으니까 손님도 웃으시면서 작게 말씀하셨어요. "역전했어요." 그날 가게에서 제일 큰 환호였는데 아무 소리도 없었어요.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래요.
첫 번째 말이 좋았어요. 혼자 보긴 싫은데 같이 볼 사람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혼자 보시는 거죠. 저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이맘때 저녁 가게는 좀 특별해요. 여기저기 휴대폰 화면이 켜져 있고, 손님들이 이어폰을 한쪽만 끼고 계세요.
가끔 서로 모르는 손님끼리 눈이 마주쳐요. 같은 경기를 보고 계셨던 거예요. 한 분이 한숨을 쉬면 다른 분도 같이 쉬시고요. 말은 안 해도 같은 편이 되는 순간이 있어요.
경기가 늦게 끝나는 날은 저도 마감을 조금 늦춰요. 마지막 이닝을 앞두고 나가시라고 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첫째, 이어폰은 꼭 껴 주세요. 다른 손님들도 계시니까요.
둘째, 오래 보실 거면 음료를 하나 더 시켜 주시면 저는 고마워요. 이건 사장의 솔직한 마음이에요.
셋째, 이겨도 져도 따뜻한 걸 드세요. 긴장하면 몸이 굳어요.
응원하는 마음은 소리가 없어도 다 보여요. 오늘 경기, 어떻게 끝났든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