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서 마시는 아랍 커피는 아주 연하게 볶은 원두에 카다멈이라는 향신료를 넣고 끓인 커피예요. 볶음이 연해서 색이 까맣지 않고 금빛이나 연한 갈색이에요. 손잡이 없는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대추야자와 함께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두바이에서 몇 년 일하다 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그곳 커피 얘기를 하시면서 "거기 커피는 노란색이었어요" 하셨어요.
옆에서 듣던 손님들이 다 웃으면서 안 믿었어요. 그러자 손님이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정말 작은 잔에 연한 금빛 커피가 담겨 있었어요. 다들 놀라서 한참 들여다봤어요. 저도 커피를 오래 했지만 직접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커피라기보다 향신료 차에 가깝게 느껴진대요. 집에 따라 사프란이나 다른 향신료를 더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손님 말로는 작은 잔에 아주 조금씩 따라 준대요. 다 마시면 다시 따라 주고요.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으면 잔을 가볍게 흔들어 신호를 준대요. 그 방식이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해요.
그리고 대추야자를 같이 내준대요. 커피에 단맛이 거의 없으니, 달콤한 대추야자와 번갈아 먹는 거예요. 앞서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모니 얘기를 드렸는데, 커피가 손님을 맞이하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닮았어요.
연하게 볶은 원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집에서는 아주 밝게 볶은 원두를 쓰고, 카다멈을 살짝 으깨 함께 끓여 보는 정도로 흉내 낼 수 있어요.
첫째, 냄비에 물과 굵게 간 원두를 넣고 약불로 끓이세요.
둘째, 으깬 카다멈 몇 알을 넣고 몇 분 더 끓이세요.
셋째, 불을 끄고 가루를 가라앉힌 뒤 윗물만 작은 잔에 따르세요.
정확한 맛은 아니겠지만, 커피가 이런 향을 낼 수도 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늘 알던 것도 다른 곳에선 전혀 다른 색이에요. 오늘 낯설게 보인 것도 누군가에겐 익숙한 풍경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