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삼십 분 전부터 문 앞에 서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늦는 게 싫어서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런 편이라 그 말이 남았습니다.
제시간에 가는 것과 한참 먼저 가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정시에 맞추려면 예측을 해야 합니다. 길이 얼마나 막힐지, 갈아타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재죠. 일찍 가는 쪽은 그 계산을 안 합니다. 가장 나쁜 경우에 맞춰놓고 그만큼을 통째로 버리는 방식이고요.
편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불안을 없애려고 하는 겁니다. 여기가 다릅니다.
대개 늦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늦어서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싫으신 거죠. 상대가 서 있을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앞서 남한테 폐 끼치는 게 싫은 성격을 적었는데 같은 뿌리고요. 들어갈 때 시선을 받는 것도 큽니다. 다 앉아 있는 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자리요. 서두르는 상태로 시작하기가 싫은 것. 헐떡이며 도착하면 그날이 다 흐트러진다고 느끼시죠.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믿습니다. 늦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작지 않은 신용이죠. 시작이 편합니다. 먼저 도착해 자리를 보고 숨을 고르면 그 자리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변수에 안 흔들립니다. 차가 막혀도 그만이고요.
시간이 통째로 빕니다. 매번 삼십 분이면 한 달에 여러 시간이죠.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때가 있습니다. 먼저 와 기다리셨다는 걸 알면 미안해집니다. 배려로 한 일이 짐이 되는 자리고요. 그래서 더 못 쉽니다.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놓이는 게 아니라 계속 긴장해 계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버릇을 없애시라고는 안 합니다. 잘 안 되기도 하고요.
빈 시간에 할 것을 정해두십시오. 책 한 권이면 됩니다. 저는 그래서 얇은 책을 들고 다닙니다. 삼십 분이 버려지는 시간에서 읽는 시간으로 바뀌죠. 앞서 책 읽을 시간 만드는 법을 적었는데, 이미 갖고 계신 시간이 여기 있습니다. 근처에 도착해서 기다리십시오. 약속 장소 앞이 아니라 한 블록 전에요. 상대한테 부담이 안 갑니다. 먼저 와 있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이 한마디만 안 하셔도 상대가 편합니다.
일찍 도착한 시간은 버려진 게 아니라, 아직 쓰임이 안 정해진 것이다.
요새는 근처 의자에서 기다리십니다.
책을 한 권 들고 오시고요. 삼십 분이 그대로인데 그 시간이 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