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굽이 닳아서 상가에 가셨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수리"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그곳은 휴대폰 수리점이었다고요.
사장님이 두 층 아래 "수선" 집으로 가라고 알려주셨답니다. 그 분은 고치는 건 다 수리인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두 간판은 맡는 물건이 다릅니다.
수선과 수리는 둘 다 상한 물건을 다시 쓸 수 있게 고치는 일입니다.
맡기고, 기다리고, 고쳐진 것을 찾아옵니다. 하는 일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수선은 옷이나 신발, 가방처럼 낡거나 해진 물건을 손질해 고치는 것이고, 수리는 기계나 설비처럼 고장 나서 작동하지 않는 것을 고치는 것입니다.
수선은 해진 곳을 매만지는 일입니다.
옷 기장을 줄이고, 터진 솔기를 꿰매고, 닳은 굽을 갈고, 가방 끈을 다시 박습니다. 물건이 멈춘 것이 아니라 낡거나 맞지 않게 된 것이죠. 그래서 수선은 대개 바늘과 실, 가죽과 본드의 일입니다. 굽 갈기는 이쪽이었습니다.
수선한 물건은 대개 원래 모습에 가깝게 돌아옵니다. 해진 곳만 메우는 일이니까요.
수리는 멈춘 것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일입니다.
휴대폰 화면이 안 켜지거나, 보일러가 돌지 않거나, 차가 서버린 경우입니다. 작동하던 것이 작동하지 않게 된 거죠. 그래서 수리는 대개 부품과 공구의 일입니다. 같은 상가 위층 가게가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맡기러 가실 때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간판 한 글자가 가게를 정합니다. 그 분도 간판을 두 번 보셨다면 계단을 덜 오르내리셨겠지요.
수선이라면 수선집이나 구두 수선 가게를 찾으시면 됩니다. 원단과 가죽을 다루는 곳입니다.
수리라면 그 물건의 서비스 센터나 수리점을 찾으시면 됩니다. 보증 기간이 남았다면 제조사 쪽을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고치는 것은 같습니다. 작동을 멈췄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