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을 헤매시고는 나가시다가 문 앞에서 겨우 물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삼십 초 만에 끝났습니다. 그분도 웃으시더군요.
이 성격을 가만히 보면 무서워하시는 게 거절 자체는 아닙니다.
거절당하는 순간의 내 모습이 싫으신 거죠. 부탁했는데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서 있는 자리요. 그 몇 초가 미리 떠오르면 입이 안 떨어집니다.
그래서 안 물어보면 거절도 없다는 계산이 섭니다. 맞는 계산인데, 그 대신 한 시간을 잃죠.
대개 몇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거절당한 기억이 선명한 것. 한 번 크게 겪으면 오래 갑니다. 열 번 잘된 일보다 한 번 거절이 더 또렷하죠. 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 앞서 남한테 폐 끼치는 게 싫은 성격을 적었는데, 여기와 붙어 있습니다. 내 일로 남의 시간을 쓰는 게 미안하신 거고요.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배운 것. 물어보는 걸 모자람으로 여기는 자리에 오래 계셨으면 몸에 뱁니다.
여기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안 된다는 말은 그 부탁에 대한 답입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답이 아니고요. 이 둘이 붙어버리면 물어보는 일마다 나를 거는 일이 됩니다. 그러면 못 묻죠.
그리고 대부분은 거절도 아닙니다. 저희 쪽에서 보면 못 해드리는 건 열에 하나쯤이고, 그것도 대개 다른 길을 같이 알려드립니다.
큰 부탁부터 하시면 안 됩니다.
되는 게 확실한 것부터 물으십시오. 도서관이 그러기 좋은 자리입니다. 어디 있는지, 몇 권까지 되는지 같은 건 거절이 없는 물음이죠. 그걸 몇 번 하시면 입이 좀 열립니다. 물음을 짧게 만드십시오. 사정을 길게 설명하려 하면 더 어려워집니다. 한 문장이면 됩니다. 거절하기 쉽게 물으십시오. 안 되시면 괜찮다는 말을 붙이시면 나도 편하고 상대도 편합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이 성격이 지키는 것도 있습니다.
스스로 해내는 힘이 붙고, 남한테 기대는 습관이 안 생기죠. 그건 값입니다.
다만 안 물어봐서 못 한 일은 안 보입니다. 거절은 기억에 남는데 못 물어본 건 기록이 안 남거든요. 그래서 이 성격은 손해를 계속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묻지 않으면 거절당하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답이 아니라 한 시간이다.
요새는 들어오시면서 바로 물으십니다.
그러시더군요. 물어보니 별일 아니더라고요. 그 말씀을 하시기까지가 오래 걸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