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하나를 다룬 기사에서 권고와 지시가 번갈아 쓰이는 것을 봤습니다. 읽는 동안 이걸 따라야 하는 건지 아닌지가 계속 흔들리더군요.
두 말은 세기가 다른 게 아닙니다. 효력이 다른 말입니다.
권고도 강하게 쓸 수 있고 지시도 부드럽게 쓸 수 있습니다.
강력히 권고한다는 문장은 무섭게 들리고, 협조를 요청한다는 지시는 부드럽게 들립니다. 그래서 문장의 세기로 재면 반대로 읽게 되죠. 그러면 무엇으로 갈릴까요?
안 따랐을 때 무엇이 따라오느냐입니다.
권고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안 따라도 그 자체로는 아무 일이 안 생깁니다. 벌이 없고 강제도 없습니다. 대신 그 판단을 무시한 책임은 남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권고를 안 따랐다는 사실이 근거가 되지요.
그러니까 권고는 판단을 나눠주는 것이지 의무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지시는 따라야 할 의무를 만드는 일입니다.
안 따르면 정해진 것이 따라옵니다. 과태료든 처분이든 절차든요. 그리고 지시에는 반드시 그럴 권한이 있는 주체가 있습니다. 권한 없는 곳에서 나온 말은 아무리 강해도 지시가 아닙니다.
기사에서 이 두 가지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두 번째가 안 적혀 있으면 대개 권고입니다. 지시는 결과가 같이 나옵니다. 결과가 없는 지시는 지시가 아니니까요.
섞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권고는 무게가 약하고 지시는 반발이 큽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권고인데 지시처럼 쓰면 사람이 더 잘 따르고, 실제로는 지시인데 권고처럼 쓰면 덜 부딪힙니다. 어느 쪽이든 읽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되겠지요.
권고면 판단이 내 몫입니다. 따를지 말지를 내가 정하고 그 결과도 내가 받습니다.
지시면 판단이 내 몫이 아닙니다. 따르거나, 안 따르고 정해진 것을 받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이름을 갈라두면 고민할 자리와 안 할 자리가 나뉩니다. 뉴스를 볼 때 마음이 덜 흔들리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말투는 재지 마시고 안 따랐을 때 무엇이 오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