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 언니가 저녁 먹고 나서 이걸 물고 왔어요.
강미연 조카가 영지식 증명이라는 말을 하더래요. 내용을 안 보여주고도 맞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봤어요. 보여줘야 믿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처음부터 물었어요.
들어보니 아무것도 안 보여주는 게 아니라, 확인할 그 한 가지만 보여주는 거래요. 나머지는 가린 채로요.
신미혜 나이가 넘었는지만 보여주고 생년월일은 안 보여주는 신분증 같은 거예요.
가게에서 확인할 건 나이가 넘었느냐 하나인데, 신분증을 통째로 내밀면 사는 곳이며 태어난 날이며 다 알려지잖아요. 그 한 가지만 떼어서 증명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안 알려도 되는 거고요.
두 갈래로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하나는 가리는 쪽이래요. 앞서 코인 장부는 다 들여다보인다고 알아봤는데요. 누가 누구한테 얼마를 보냈는지가 다 남는 게 불편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걸 가리면서도 장부에는 맞다고 적히게 하려는 거고요.
다른 하나가 뜻밖이었어요. 줄이는 쪽이래요. 아주 많은 계산을 따로따로 장부에 적는 대신, 그 계산들이 다 맞다는 증명 하나만 적는다는 거고요.
강미연 그래서 장부에 적는 양이 확 줄어든다더라고요.
앞서 이더리움 옆에 길을 하나 더 냈다는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그렇게 얹는 길 가운데 이 방식으로 만든 것들이 있다는 거였어요. 앞서 멤풀을 알아볼 때 한 번에 적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고 했는데, 그 자리를 아끼는 방법인 셈이고요.
그 대목은 저도 못 알아들었어요. 수학으로 만든 방법이라 원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아는 척하지 않으려고요.
다만 공짜는 아니래요. 그 증명을 만드는 데 계산이 많이 든다고 하고, 처음에 설정을 만든 쪽을 믿어야 하는 방식도 있다고 들었어요.
신미혜 가리고도 되는 건 좋은데 그 방법을 누가 만들었느냐는 남는 거예요.
어디가 어떤 방식을 쓰는지, 그게 얼마나 튼튼한지는 저희가 가릴 자리가 아니에요.
강미연 영상에서도 그건 만든 사람들도 계속 고치는 중이라고 하더라던데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넘어가요.
정리하면 이래요. 다 보여주는 대신 확인할 한 가지만 증명하는 방법이에요. 코인 쪽에서는 오간 내용을 가리는 데 쓰이고, 많은 계산을 증명 하나로 줄여서 장부 자리를 아끼는 데도 쓰이고요. 대신 만드는 데 계산이 많이 들고 처음 설정을 믿어야 하는 경우가 있고요.
다 보여줘야 믿는다는 게 늘 맞는 건 아니었다는 게 오늘 남은 대목이에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잖아요.
신미혜 필요한 한 칸만 보여주면 되는 일이 살림에도 많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