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그러더라고. 주인공은 모르는데 자기는 아니까 답답하다고.
그게 시점 때문이야. 그 얘기를 해볼게.
읽다 보면 보는 자리가 셋으로 갈려.
주인공 눈에만 붙는 것. 주인공이 아는 것만 나와. 속는 것도 같이 속고 여럿을 오가는 것. 주인공이 산길을 갈 때 문파 회의도 보여주고 위에서 다 보는 것. 누가 뭘 꾸미는지까지 다 알려줘
아까 그 손님이 답답했던 건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읽고 있어서야. 독자만 알고 주인공은 모르는 상태가 되니까.
세 중에 두 번째가 제일 흔해. 이유가 있어.
무협은 판이 넓잖아. 무협 지도 얘기를 전에 적었어. 세 덩이만 알면 된다고 썼는데, 그 세 덩이에서 동시에 일이 벌어져야 판이 넓어 보여.
주인공 눈에만 붙으면 그게 안 돼. 주인공이 안 간 데는 못 그리니까. 그래서 오가는 거야.
어제 장면 전환 얘기를 적었어. 넘어가는 첫 줄에 누구인지를 박는 작품이 잘 쓴 거라고.
시점도 같은 얘기야. 사람을 바꿀 때 첫 줄에 그 사람 자리가 나와야 해.
무협 인물 이름 외우기 얘기를 전에 적었어. 이름 말고 자리로 기억하라고. 쓰는 쪽에서도 자리부터 알려주는 게 맞는 거지.
여기서 갈라둘게. 독자만 아는 상태가 늘 나쁜 건 아니야.
복선 반전 차이를 전에 적었어. 복선은 나중에 아 그거였구나 하는 거고 반전은 뒤집는 거라고.
독자만 아는 상태는 복선 쪽이야. 언제 들키나 하고 보게 만드는 거지. 그게 길어지면 답답하고, 짧게 끊으면 조마조마한 거고. 그 길이 조절이 작가 몫이야.
아까 손님이 답답했다는 건 그게 너무 길었다는 뜻이지.
하나 더 적어둘게. 나 소리로 쓰는 무협은 드물어.
회귀 빙의 차이를 전에 적었어. 그런 작품에선 나 소리가 좀 나와. 딴 사람 몸에 들어간 게 핵심이니까 속에서 봐야 맛이 살거든.
그거 말고는 잘 안 써. 판을 넓게 못 보여주니까. 넓은 판이랑 속마음은 잘 안 붙는 것 같아. 이건 내가 읽은 것만 놓고 하는 말이라 더 세게는 못 적겠어.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그냥 따라 읽었어.
지금은 하나만 봐. 지금 이 줄이 누구 눈이야. 그게 잡히면 답답한 게 답답한 대로 재밌어져.
어느 대목이 답답했는지 말해봐. 누구 눈이었는지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