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술자리 장면을 보다가 지나가듯 그러더라고. 여긴 아무도 안 부르네.
세어보니 맞아. 술은 그렇게 마시는데 노래하는 대목이 거의 없어.
무협에서 술자리가 왜 그렇게 기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저건 사교가 아니라 협상이라고.
그게 답인 것 같아. 협상 자리에서는 노래를 안 하지.
무협의 술자리는 말이 오가는 자리야. 정보를 떠보고 속을 읽고 편을 가늠해. 안법 얘기를 적을 때 상대 수를 읽는다고 썼는데, 술자리가 그걸 하는 데야. 노래가 끼면 그 흐름이 끊겨.
한 겹 더 있어. 노래는 아무것도 안 정해.
무협에서 한 장면이 있으면 대개 뭔가가 정해져. 편이 갈리거나 정보가 넘어가거나 사이가 틀어지거나. 그런데 노래는 그런 게 없어.
무협 잠 얘기를 어제 적었어. 자는 대목이 안 나오는 게 시간이 흘러버려서라고. 노래도 비슷해. 시간은 가는데 아무것도 안 남아.
그런데 이게 좀 앞뒤가 안 맞는 데가 있어.
소일거리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무림인이 비는 시간에 뭘 하냐면 병기를 손질하거나 기를 돌리거나 남 얘기를 듣는다고. 그건 나오거든.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는 장면을 아예 안 그리는 게 아니야. 노래만 안 그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아예 없진 않아. 드물게 나와. 나오면 대개 정해진 인물이야.
세 번째가 재밌어. 노래하는 인물은 강호 사람 같지가 않게 그려져. 겨루는 판에서 한 발 나가 있는 거지.
호심경이랑 부모랑 바다랑 농사랑 잠 얘기를 적을 때 다 같은 말을 했어. 없는 걸 모아놓고 보면 이 장르가 뭘 지키려는지 보인다고.
노래를 하나 더 붙일게. 갑옷이 없고, 부모가 없고, 바다가 없고, 밭이 없고, 자는 대목이 없고, 노래가 없어.
여섯을 늘어놓고 보니 하나로 모여. 다 겨루는 판을 잠깐 멈추게 하는 것들이야. 멈추면 긴장이 풀리니까 아예 안 그리는 거지.
노래 나오는 작품 알면 말해줘. 그거 드물어서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