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짚어 보이더라고. 객잔에서 방을 잡는 장면은 나오는데 정작 자는 대목이 없다고.
세어보니 맞아. 방을 잡고 다음 줄에 아침이야.
이유부터 보자. 무협에서 자는 걸 그리면 하루가 뚝 끊겨.
싸움이 붙기 직전에 자러 가는 인물이 어디 있어. 자면 다음 날이 되고 그러면 긴장이 풀려. 그래서 작가는 자는 자리를 아예 안 그리고 넘겨버리는 거야.
거리 단위 얘기를 전에 적었어. 백 리가 하루라고. 그 하루를 세기는 하는데 자는 대목은 안 세. 걷는 건 그리고 자는 건 안 그리는 거지.
그런데 아예 안 쉬는 걸로 그리지는 않아. 다른 걸 넣어놨어.
조식 얘기를 전에 적었어. 앉아서 숨을 고르고 기를 돌리는 거.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데 수련으로 쳐준다고 썼지.
무협에서 밤을 그릴 때 대개 이걸 그려. 자는 게 아니라 앉아 있는 거야. 그러면 시간이 흐르면서도 긴장이 안 풀려. 앉아 있는 동안 누가 오면 바로 일어날 수 있으니까.
한 겹 더 있어. 무공이 높을수록 덜 자는 걸로 그려.
내공이 대체 뭐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원래는 오래 살려고 하던 거라고. 그 연장선에서 몸이 달라지면 잠도 덜 필요해진다고 치는 거지.
그래서 자는 장면이 나오는 인물은 대개 약한 쪽이야. 아니면 크게 다친 뒤거나. 내상 얘기를 적을 때 며칠을 앓는 구간이 생긴다고 썼는데, 그때는 눕는 대목이 나와.
이게 좀 웃긴 대목이야. 객잔이 여관이랑 뭐가 다르냐는 얘기를 적을 때 위층에 방이 있다고 썼어.
그런데 무협에서 그 방은 거의 안 쓰여. 방을 잡는 건 자리를 확보하는 뜻이지 자려는 게 아니야. 짐을 두고 아래층에서 얘기를 듣다가 새벽에 나가지.
객잔 장면이 대개 아래층 홀에서만 굴러가는 게 그래서야.
호심경이랑 부모랑 바다랑 농사 얘기를 적을 때 다 같은 말을 했어. 없는 걸 모아놓고 보면 이 장르가 뭘 지키려는지 보인다고.
거기에 잠이 하나 더 붙어. 갑옷이 없고, 부모가 없고, 바다가 없고, 밭이 없고, 자는 대목이 없어. 다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몸을 쉬게 하는 것들이야. 그걸 다 치우고 겨루는 자리만 남긴 거지.
자는 장면 나오는 작품 알면 말해줘. 그거 드물어서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