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지도를 펴놓고 짚어봤어. 중원을 훑고 동쪽 끝까지 갔지.
거기서 멈추더니 그러더라고. 여긴 아무 얘기도 없다고. 맞아. 무협은 바다까지 안 가.
수적 얘기를 어제 적었어. 강에도 도적이 있었다고. 배도 나오고 나루터도 나와.
그러니까 물이 안 나오는 게 아니야. 바다만 안 나와. 여기에 이유가 있어.
수적 얘기할 때 적은 걸 한 걸음 더 밀어보면 답이 나와.
배 위에서는 보법이 안 되고 경공도 못 쓴다고 했잖아. 강에서도 그런데 바다는 더해. 며칠을 물 위에만 있어야 하니까.
무협이 파는 게 몸에 쌓은 힘인데 그게 통째로 쓸모가 없어지는 자리야. 무협 판타지 차이를 전에 적었어. 무협은 몸에 쌓는 장르라고. 그 몸이 아무 소용이 없으면 이야기가 안 돼.
두 번째 이유가 더 커. 강호는 사람으로 굴러가는 판이야.
소문이 먼저 도착하고, 객잔이 하루치 거리마다 있고, 분타가 도시마다 있어. 그물이 깔려 있어서 판이 서는 거지.
바다에는 그 그물이 없어. 객잔도 없고 분타도 없고 소문도 안 와. 무림공적으로 찍혀도 바다로 나가면 아무 상관이 없어져. 그러면 강호의 규칙이 통째로 무의미해지잖아.
새외 얘기를 전에 적었어. 중원 바깥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이라고. 안이 아니라는 것만 중요하다고 했지.
바다는 그것보다 한 칸 더 밖이야. 새외는 그래도 사람이 살고 무공을 하는 놈들이 있어. 바다는 아예 판이 없어.
그래서 작품에서 바다가 나오면 대개 떠나는 장면이야. 강호를 아주 뜨는 거지. 무협 결말이 세 가지뿐이라고 전에 적었는데, 그중 물러나는 쪽 끝에 바다가 놓이는 경우가 있어.
한쪽으로 몰지는 않을게. 바다를 쓰는 작품도 있어.
그런데 그런 건 대개 다른 장르가 섞여. 섬에 문파가 있다거나 배에서 싸운다거나 하면 그건 무협 규칙을 한 번 고쳐 쓴 거야. 정통무협 신무협 차이를 전에 적었는데, 약속 하나를 깨는 자리에 이게 들어가는 거지.
호심경 얘기랑 부모 얘기에서도 같은 말을 했어. 없는 걸 모아놓고 보면 이 장르가 뭘 지키려는지 보인다고.
갑옷이 없고, 활이 조연이고, 계절이 안 바뀌고, 부모가 없고, 바다가 없어. 다 한 줄로 모여. 몸으로 겨루는 판을 계속 유지하려는 거야. 그게 안 되는 자리는 아예 안 그려.
바다 나오는 작품 알면 말해줘. 그거 드물어서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