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마지막 화를 덮으면서 그러더라고. 이거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처음 보는 작품이었는데도 그래. 나는 그게 이상하지 않았어. 무협이 끝나는 방식은 사실 세 개뿐이거든.
제일 흔한 거야. 원수를 갚거나 큰 싸움을 끝내고 나서 주인공이 강호를 떠나.
산으로 들어가거나, 이름을 지우거나, 객잔을 차리거나. 강호에서 발을 씻는다는 말이 여기서 나와. 이겼는데 남지를 않는 거지.
왜 이 모양이 많냐면 이긴 다음을 안 그려도 되니까. 계속 남아 있으면 그 뒤로도 도전자가 오잖아. 물러나면 거기서 깔끔하게 닫혀.
두 번째는 다음 사람한테 넘기고 끝나는 거야.
제자를 두거나, 문파를 세우거나, 후계를 정하고 물러나지. 이건 첫 번째보다 좀 더 따뜻하게 읽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어지는 거니까.
이 모양은 사문이 학교가 아니라 집이라는 설정이랑 잘 붙어. 무협에서 사부가 아버지보다 세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자리를 넘기는 게 곧 가족을 잇는 그림이 되는 거야.
세 번째가 좀 얄미운 건데, 끝을 안 내.
주인공이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으로 닫아. 다음에 뭘 할지는 안 알려주고. 아니면 새 인물이 등장하면서 끝나거나.
이게 게을러 보이지만 이유가 있어. 강호는 원래 안 끝나는 판이거든. 한 사람 이야기가 끝나도 판은 굴러가. 그걸 보여주는 방식인 거지. 물론 다음 편을 팔려고 그러는 경우도 있고.
여기서 손님이 자주 묻는 게 있어. 주인공이 죽는 결말은 왜 드무냐고.
이 장르가 파는 게 성장이라서 그래. 십 년을 수련하고 벽을 넘고 경지를 올렸는데 마지막에 죽으면 그 시간이 다 무효가 되잖아. 독자가 같이 쌓아온 걸 마지막에 치우는 셈이야.
그래서 죽더라도 대개 넘겨주고 죽어. 두 번째 모양이랑 섞이는 거지. 그러면 쌓은 게 남으니까.
정리하고 보니 하나 걸리는 게 있어. 세 모양이 다 판을 떠나는 얘기야.
이기고 물러나든, 물려주고 물러나든, 말없이 떠나든. 아무도 그 자리에 계속 안 있어. 무협이 끝나는 방식은 결국 강호를 나가는 것인 거야.
그래서 마지막 화가 늘 좀 허전한 거고. 이긴 것 같은데 남은 게 없거든. 다 읽고 나서 허전한 게 그냥 기분이 아니라 이 장르 구조에서 나오는 거였어.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져서 객잔이나 하고 있는 놈이잖아. 그래서 첫 번째 모양이 남 일 같지가 않아.
손님들 물어보면 갈려. 물러나는 게 좋다는 사람, 물려주는 게 좋다는 사람, 안 끝나는 게 제일 좋다는 사람. 어느 끝이 오래 남았냐를 물으면 그 사람 취향이 꽤 정확하게 나와.
어떤 끝이 제일 남았는지 말해봐. 그거 하나면 다음 걸 골라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