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세어보고 나한테 알려주더라고. 센 인물일수록 말이 짧다고.
나도 그러고 보니 그렇더라. 이게 우연이 아니야.
왜 그러냐면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야.
약한 놈은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왜 이걸 하는지를 말해야 해. 안 그러면 아무도 안 들어주니까. 말이 곧 자격 증명인 거지.
센 놈은 그게 필요 없어. 이름만 대면 되거든. 자기를 낮춰 말하는 게 강호에선 무기였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그때도 진짜 센 놈은 안 낮춘다고 썼어. 낮출 필요가 없는 놈이 안 낮추는 거야.
이걸 알고 보면 장면이 다르게 읽혀.
세 번째가 재밌어. 묻는 쪽이 정보가 없는 쪽이잖아. 안법 얘기를 적을 때 고수는 먼저 본다고 썼어. 먼저 본 놈은 안 물어봐.
예외가 있어. 센 인물이 갑자기 길게 말하는 대목.
그건 대개 뭔가를 넘겨주려는 자리야. 의발 얘기를 전에 적었어. 물려주는 거라고. 사부가 마지막에 길게 말하는 장면이 그거지.
아니면 시간을 끄는 거야. 누가 오기를 기다리거나 뒤에서 뭘 준비하거나. 잘 쓴 작품은 이걸 써먹어. 갑자기 말이 길어지면 뭔가 있는 거고.
무협 읽으면 말투가 옮는다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그게 이 장르가 잘 쓰인 증거라고.
왜 옮냐면 대사가 짧고 리듬이 있어서야. 긴 문장은 안 옮아. 짧고 끊어지는 말이 머리에 남지.
초식 이름이 왜 다 넉 자냐는 얘기를 적을 때도 비슷하게 썼어. 이름이 곧 사용설명서고 소리 내서 읽으면 리듬이 있다고. 대사도 같은 원리로 짜여 있어.
이게 작품 수준이 갈리는 자리 중 하나야.
대충 쓴 건 인물이 다 비슷하게 말해. 누가 말하는지를 이름으로만 알 수 있지. 잘 쓴 건 이름을 가려도 누군지 알아. 길이랑 말버릇으로 갈리니까.
무협 인물 이름이 헷갈린다는 얘기를 내가 자주 적었는데, 말투로 구분되는 작품은 덜 헷갈려.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대사를 그냥 읽었어.
지금은 누가 몇 마디 하는지를 봐. 손님이 알려준 대로 세어보니 정말 맞더라고. 한 장면에서 제일 짧게 말한 놈이 대개 제일 센 놈이야.
어느 인물이 길게 말했는지 말해봐. 그게 왜 그런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