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하나가 어떤 작품을 표지가 별로라 안 봤다고 했었어. 그러다 나중에 잡고는 왜 이제 봤나 싶다고 하더라고.
나는 그 얘기를 여러 번 들었어. 표지랑 안이 안 맞는 게 이 장르에서 유독 잦아.
제목은 간판이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어느 구역인지는 알려준다고.
표지는 그것보다도 덜해. 대개 인물 하나가 병기를 들고 서 있어. 그게 전부야. 그러면 정통인지 회귀물인지, 무거운지 가벼운지가 하나도 안 나와.
세 번째가 문제야. 그림 그린 쪽이랑 쓴 쪽이 다르니까 결이 어긋나는 거지.
이걸 알면서도 손이 먼저 가. 나도 그래.
목록을 죽 내리는데 글자는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 제목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얘기를 전에 했는데, 그러면 눈에 걸리는 건 그림밖에 없어. 고를 게 그것뿐이니까 그걸로 고르는 거야.
그러니까 표지로 고르는 게 잘못이 아니라, 다른 단서가 없는 게 문제인 거지.
내 방법이 정답은 아닌데 그냥 적어볼게. 표지 말고 볼 게 두 개 있어.
첫째, 소개글의 첫 문장. 여기서 그 작품이 뭘 팔려는지가 나와. 복수를 말하면 복수극이고, 문파를 말하면 세력물이고, 주인공 사정부터 말하면 성장물이야. 표지보다 훨씬 정직해.
둘째, 첫 화의 시작 지점. 첫 화만 보고 접는 게 손해라고 했지만, 어디서 시작하는지는 첫 화만 봐도 알아. 멸문지화부터면 시계가 도는 얘기고, 산에서 내려오면 성장 얘기야.
이 둘이면 표지보다 훨씬 잘 맞아.
한쪽으로만 몰아가진 않을게. 표지가 맞는 신호를 줄 때도 있어.
공들인 표지는 대개 안도 공들였어. 그림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인물 옷차림이 작품 시대랑 맞는지, 병기가 실제 나오는 그건지. 그런 게 맞으면 만든 쪽이 안을 읽고 그린 거야. 그건 신호가 돼.
반대로 인물이 든 병기가 본문에 안 나오면 그건 안 읽고 그린 거지. 그런 건 좀 걸러도 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표지로만 골랐어. 그러다 좋은 걸 여러 개 놓쳤지.
지금도 완전히 안 보는 건 아니야. 다만 표지가 별로라고 접을 때 한 번은 소개글까지는 읽어봐. 그거 삼십 초면 되거든. 그 삼십 초 때문에 몇 달 재밌게 볼 걸 놓치면 아깝잖아.
표지 때문에 넘긴 게 있으면 말해봐. 그거 다시 꺼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