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인물 이름을 스물 넘게 적어놓고 물었어. 이 중에 진짜 기억할 건 몇이냐고.
여섯쯤이야. 이름은 스물인데 자리는 여섯이거든.
인물 이름은 외우지 말고 자리로 기억하라고 내가 늘 적잖아. 그 자리를 세어보면 이래.
주인공. 밑에서 올라가거나 이미 세거나. 둘 중 하나야 사부. 가르치고 대개 먼저 사라져. 사문이 학교가 아니라 집이라 아버지 자리를 겸해 동문. 사형이든 사제든. 같이 배운 줄이고 나중에 갈리기도 해 이인자. 조직 안에서 둘째. 배신은 왜 늘 이인자가 하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지 벽. 지금은 못 이기는 상대. 금강불괴든 마교든 자리는 같아 바깥사람. 무공 없이 아는 게 있는 쪽. 점소이, 약초꾼, 객잔 주인
왜 더 안 늘어나냐면, 이야기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게 그만큼이라서야.
여섯 번째가 제일 안 눈에 띄는데 없으면 안 돌아가. 강호 불문율 얘기를 적을 때 신참 옆에 알려주는 인물이 하나 붙어야 그 신참이 안 죽는다고 썼잖아.
딱 여섯 사람이라는 게 아니야. 자리가 여섯이라는 거지.
사부가 벽을 겸하기도 하고, 동문이 이인자였다가 배신하기도 하고. 겸하면 그 인물이 두껍게 읽혀. 잘 쓴 작품은 이걸 일부러 겹쳐.
반대로 한 자리에 여럿을 놓기도 해. 동문이 넷이면 그 넷이 다 다르게 갈리는 걸 보여주려는 거야.
이게 실제로 쓸모 있는 대목이야.
읽다가 유독 안 외워지는 인물이 있잖아. 대개 아직 자리가 안 정해진 놈이야. 뒤에서 쓰려고 미리 깔아둔 거지.
세작 얘기를 전에 적었어. 첩자는 대개 눈에 잘 안 띄는 자리에 있다고. 인피면구 얘기에도 단서를 미리 깔아둔다고 썼고. 안 잡히는 인물이 나중에 중요해지는 게 그래서야.
무협 인물 관계도 얘기를 전에 적었어. 사문 줄이랑 소속 묶음이랑 원한 화살표 셋만 그리라고.
그 위에 이 여섯 칸을 얹으면 거의 다 잡혀. 이름을 스물 외우는 대신 칸을 여섯 두고 거기다 이름을 넣는 거야. 칸이 차면 새 인물이 나와도 어디에 놓을지가 보여.
어느 인물이 안 잡히는지 말해봐. 어느 칸인지 놓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