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그러더라고. 없는 걸 세서 뭐 하냐고.
여섯을 늘어놓으니까 말이 달라졌어. 한 줄로 모이거든.
각각 따로 적은 적이 있어. 모아보면 이거야.
갑옷 — 호심경 정도가 나오고 온몸을 두르는 건 안 나와 부모 — 주인공 부모가 거의 다 없어 바다 — 강은 나오는데 바다까지는 안 가 농사 — 밥은 먹는데 짓는 사람이 안 나와 잠 — 방은 잡는데 자는 대목이 없어 노래 — 술은 마시는데 부르는 사람이 없고
모아놓고 보면 이래. 다 겨루는 판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야.
여섯 다 붙어서 겨루는 자리를 흐트러뜨려. 그래서 안 그리는 거지.
여기서 한 가지 갈라둘게. 무협이 이것들이 없다고 치는 게 아니야.
밥은 먹잖아. 그러면 누가 지었겠지. 방을 잡았으면 잤겠고. 그리지만 않는 거야.
무협 글공부 얘기를 며칠 전에 적었어. 다들 읽는데 배우는 장면은 없다고. 그것도 같은 자리야. 필요한 건 있다고 치고 어디서 왔는지는 안 그려.
재밌는 게 하나 있어. 치운 자리를 비워두지 않았어.
셋 다 사람 몸 쪽으로 옮겼어. 도구로 해결할 걸 몸으로 해결하게 만들어놓은 거야. 무협 판타지 차이를 전에 적었어. 무협은 몸에 쌓는 장르라고. 그 말이 빈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정통무협 신무협 차이를 전에 적었어. 신무협은 정통의 약속 중 하나를 깨는 거라고.
그 깨는 자리가 대개 이 여섯 중 하나야. 바다를 그리거나 농사를 그리거나 부모를 살려두거나. 하나를 채워 넣으면 그때부터 결이 달라져.
그러니까 빈자리를 알면 그 작품이 뭘 새로 하려는지도 보여.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처음엔 있는 것만 봤어.
없는 걸 보기 시작한 게 언제부턴지는 모르겠는데, 그때부터 이 장르가 훨씬 재밌어졌어. 있는 건 다들 보니까 얘기가 금방 끝나는데 없는 건 아무도 안 세거든.
없는 게 더 보이면 말해줘. 목록에 붙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