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을 전하시면서 그런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말을 세 번 붙이신 분이 있었습니다.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말이 잘 안 닿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미 다음 계산에 들어가 계셨거든요.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쁜 게 먼저일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분들이 계십니다.
잘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먼저 옵니다. 유지해야 하고, 기대에 맞춰야 하고, 다음엔 더 잘해야 하죠. 그 목록이 떠오르는 데 몇 초면 충분합니다. 기뻐할 자리가 그 몇 초 사이에 밀립니다.
앞서 기대를 미리 낮추는 버릇을 적었는데, 그것과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몇 가지가 겹쳐 있더군요.
떨어진 경험이 있어서. 좋았다가 나빠진 일을 겪으면 좋은 순간에 다음을 먼저 보게 됩니다. 기뻐했다가 무너지는 게 더 아프니까요.
들뜬 걸 들키기 싫어서. 좋아하다가 안 되면 민망해집니다. 그래서 미리 담담한 척을 하죠.
좋은 일이 자기 것 같지 않아서. 이건 좀 다른 갈래인데, 잘된 게 운이라고 생각하면 기뻐할 자격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여기가 제가 짚고 싶은 대목입니다.
걱정을 하면 대비가 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대비는 무엇을 할지 정하는 일이고, 걱정은 무엇이 잘못될지 세는 일이죠. 뒤쪽은 아무리 해도 준비가 안 됩니다.
앞서 걱정과 염려를 가르는 얘기를 다른 자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같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시면 되고, 없으면 그건 세도 안 줄어듭니다.
없애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순서만 바꾸시면 됩니다.
오늘은 기뻐하기만 하고, 걱정은 내일 하십시오. 하루를 떼어놓는 겁니다. 걱정거리는 안 없어지니 내일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쁨은 오늘이 지나면 옅어지죠.
그리고 소리 내어 말해보십시오. 잘됐다고요. 속으로만 두면 금방 다음 계산으로 넘어갑니다.
기쁨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간다.
저는 그날 축하한다는 말만 두 번 더 했습니다. 다른 말은 안 했고요.
나중에 그러시더군요. 그 말을 그때 제대로 못 들었다고요. 그래서 저는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늦어도 들리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