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자리가 다 찬 오후가 있었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으신 분들이 책이 아니라 에어컨 쪽을 보고 계시더군요.
그날은 밖이 아주 더웠습니다. 뉴스에서도 그 얘기만 했다고 손님 한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그날 이용자 수를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도서관 이용자 수는 책과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아주 덥거나 아주 추운 날에 사람이 몰리죠. 비가 길게 오는 날도 그렇고요. 반대로 날이 좋으면 자리가 남습니다. 신간이 나왔다고 사람이 느는 일은 거의 없죠.
여름이면 무더위 쉼터라는 이름이 붙은 곳들이 생깁니다. 도서관도 그중 하나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죠.
지정이 되든 안 되든 사람들은 오죠. 에어컨이 있고, 앉을 자리가 있고, 아무것도 안 사도 되는 곳이 도시에 몇 군데나 남았는지 세어보면 답이 나오거든요.
특히 어르신들이 그렇습니다. 집에 냉방이 있어도 전기요금 때문에 못 켜신다는 말씀을 반납대에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여기서 가끔 불편해하시는 분이 계시죠. 책도 안 보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게 아니냐고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도서관은 원래 책을 매개로 자리를 여는 곳입니다. 자리가 먼저 열려 있어야 책도 손에 잡히죠. 더위를 피해 오셨다가 옆에 있던 책을 집으신 분을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그 반대 순서는 거의 못 봤고요.
문턱을 낮추면 들어오는 사람이 달라지고, 들어온 사람이 달라지면 그 안의 일도 달라진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자리가 다 차면 공부하러 오신 분들이 못 앉죠. 오래 계시는 분이 늘면 회전이 안 되고요. 냉난방을 세게 틀면 예산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것들을 저희가 다 조정하지는 못하죠.
그래서 열람실을 나누거나 시간을 제한하는 관도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저는 판정할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자리를 줄이는 방향은 조심스러웠으면 합니다.
책을 사기가 예전보다 쉬워졌는데도 도서관이 안 없어지는 이유를 저는 여기서 봅니다.
책은 이제 여러 데서 구할 수 있죠. 그런데 값을 안 내고 몇 시간 머무를 수 있는 자리는 오히려 줄었죠. 도서관이 갖고 있는 게 책만이었다면 진작 밀렸을 겁니다.
그날 에어컨 쪽을 보고 계시던 분들 중 몇 분은 나가시면서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저는 그 몇 분이 이 일의 값어치라고 봅니다. 더위를 피해 들어오셨다가 다른 것을 하나 들고 나가시는 것 말입니다.
무엇을 하러 오시든 여기 계실 자격은 들어오신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문턱을 낮게 두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