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손가락으로 짚으시며 이런 걸 왜 두느냐고 물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답을 드렸고, 그분은 잠시 뒤에 그 책을 빌려 가셨죠. 저는 그 순서가 이 일의 답 같더군요.
먼저 이것부터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서가에 있다는 게 그 내용이 맞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서관은 내용을 심사해서 통과시킨 책을 진열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그러면 누가 심사하느냐는 물음이 바로 따라오고,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이 세상의 생각을 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원칙이 반대로 서 있습니다. 가능하면 골라내지 않는 쪽이죠.
아무거나 다 넣는 건 아니죠. 예산과 자리가 있으니까요. 실제로 보는 건 이런 것들입니다.
내용에 동의하는가는 여기 안 들어갑니다. 이게 다른 곳과 갈리는 지점입니다.
이런 책을 빼달라는 말씀을 가끔 듣습니다. 그때 저희가 하는 일이 정해져 있죠.
접수하고, 기록하고, 정해진 절차로 검토합니다. 그 자리에서 빼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요청으로 책이 사라지면 다음 사람도 같은 방법을 쓰게 되고, 그러면 서가는 가장 목소리가 큰 쪽의 목록이 됩니다.
빼는 경우도 있죠. 사실이 명백히 틀렸거나, 법이 금지하거나, 훼손이 심할 때죠. 다만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는 그 목록에 없습니다.
읽을 수 없게 만드는 것보다 위험한 일은, 무엇을 읽을지 남이 정해주는 일이다.
같은 주제를 두고 정반대로 말하는 책이 옆에 꽂혀 있는 걸 보고 놀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건 실수가 아니라 그렇게 두는 겁니다. 한쪽만 있으면 읽는 사람은 비교할 수가 없죠. 두 권이 나란히 있어야 판단이 독자 손에 남습니다.
저는 이게 도서관이 하는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앞에 두고 싶은 마음을 참는 일이니까요.
골라내지 않는다는 게 아무 말도 안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어보시면 저희는 그 분야에서 널리 인정받는 자료가 무엇인지 말씀드립니다. 어떤 책이 언제 쓰였는지, 이후에 반박된 부분이 있는지도 알려드릴 수 있죠. 고르는 건 안 하지만 알려드리는 건 합니다. 이 둘은 다릅니다.
그분은 왜 두느냐고 물으셨고, 답을 들으신 뒤에 직접 읽어보기로 하셨죠.
저는 그게 이 서가가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여기 있는 책이 다 옳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엇이 옳은지 정하는 자리에 읽는 분을 데려다 놓는 것, 그게 골라내지 않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