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회사 장부가 맞는지 봐 주는 데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회사는 정해진 때마다 살림을 밝히기도 하고요.
그럼 코인은 뭘 보느냐고 이웃 언니가 묻더라고요. 회사가 아닌 것도 많잖아요.
박예슬 회사가 없으면 살림을 밝힐 데도 없는 거 아닌가요?
신미혜 대신 처음에 종이 한 장을 내놓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코인을 처음 내놓을 때 이게 뭘 하려는 것인지 적은 글을 같이 내놓는대요. 그걸 백서라고 부른다고요.
거기에 넷을 적는다더라고요. 무슨 문제를 풀려는 것인지, 어떻게 만들 것인지, 몇 개를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걸 누구에게 얼마나 나눌 것인지요.
앞에서 코인 발행량 얘기가 코인마다 다르다는 글이 있었잖아요. 그 숫자가 처음 적히는 자리가 여기래요. 만든 쪽이 얼마를 갖고 언제부터 풀지도 여기 적힌다던데요.
박예슬 그럼 그건 꽤 중요한 종이잖아요.
여기가 이 얘기의 뒷면이었어요. 이웃 언니도 그 대목을 두 번 되물었대요.
회사 장부는 봐 주는 데가 있고 틀리면 문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이 종이는 적어 내놓으면 그만이래요. 맞는지 봐 주는 데가 따로 없고, 적은 대로 안 해도 벌 주는 자리가 마땅치 않다던데요.
신미혜 시험지는 냈는데 채점하는 사람이 없는 셈이죠.
그래서 남의 것을 베껴 쓴 것도 있고, 어려운 말로만 채워 놓은 것도 있다고 했어요. 어렵게 적어 두면 안 읽는다는 걸 알고 그런다는 얘기까지 나오더라고요. 앞에서 지갑 연결 창에 뜨는 글이 어려운 게 노림수라는 걸 알아봤잖아요. 결이 같았어요.
쓸모가 없는 건 아니래요. 다만 쓰는 법이 다르다던데요.
읽고 믿는 게 아니라, 나중에 견줘 보는 데 쓰는 거래요. 그때 하겠다고 적은 것을 실제로 했는지, 나누겠다고 한 몫이 정말 그렇게 풀렸는지를 뒤에 가서 맞춰 본다는 거예요.
신미혜 약속한 종이를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보는 거예요.
다만 그 종이가 정말 그 사람들이 쓴 것인지, 뒤에 조용히 고쳐졌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회사가 아니라 사업보고서 대신 처음에 종이 한 장을 내놓는다는 것, 거기에 무엇을 하려는지와 몇 개를 누구에게 나눌지가 적힌다는 것, 그런데 맞는지 봐 주는 데가 없다는 것, 그래서 믿는 데가 아니라 나중에 견주는 데 쓴다는 것.
저는 이제 백서 얘기가 나오면 하나는 물어봐요. 거기 적은 대로 지금 되고 있대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