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 얘기를 하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상대가 그거 별로라고 하자 그 뒤로는 다른 얘기만 하시더군요.
말싸움이 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주제가 닫혔죠.
취향에 대한 말은 이상하게 사람에게 도착합니다.
그 책이 별로라는 말인데 그걸 좋아한 내가 별로라는 말처럼 들리죠. 특히 그 책이 나한테 중요했을수록 그렇습니다. 좋아한 이유가 내 사정과 붙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마음이 상한 게 예민해서가 아닙니다. 그 말이 실제로 가까운 데까지 들어온 겁니다.
좋아하는 것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조금씩 들어 있습니다.
무엇에 웃고 무엇에 멈추는지가 거기 드러나죠. 그래서 취향을 말하는 건 생각보다 자기를 보이는 일입니다. 앞서 남 시선이 신경 쓰여 무슨 책을 빌리는지까지 재게 된다고 적었는데, 같은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보인 것에 대해 별로라는 말이 오면 그건 평가로 받게 됩니다.
여기가 갈리는 대목입니다. 별로라고 말한 쪽은 그 책만 얘기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취향이 다르다는 걸 그냥 말한 거고, 그게 나를 평가한 건 아니죠. 그런데 말하는 쪽은 그 무게를 모릅니다. 내가 그 책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안 보이니까요.
그래서 이건 악의보다 정보 부족에 가깝습니다.
이럴 때 두 가지 반응이 나옵니다. 설득하려 하거나, 닫아버리거나요.
설득은 잘 안 됩니다. 취향은 논증으로 안 바뀌거든요. 왜 좋은지 열심히 설명할수록 상대는 방어하고, 그러다 그 책이 미워집니다.
닫는 것도 손해입니다. 그 주제를 그 사람과 다시 안 꺼내게 되고, 그러면 그 사람과 얘기할 거리가 하나 줄죠.
저는 이 한 줄이면 된다고 봅니다. 저는 이 대목이 좋았어요.
동의를 구하는 게 아니라 내 자리를 말하는 겁니다. 상대가 안 좋아해도 그 문장은 안 틀리죠. 그리고 어디가 좋았는지를 말하면 상대도 왜 안 맞았는지를 말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평가가 아니라 대화가 됩니다.
취향이 다르다는 말은 누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데서 걸렸다는 뜻이다.
며칠 뒤에 그 책을 다시 빌려 가셨습니다. 한 번 더 읽어보시겠다고요.
저는 그게 좋은 결말이라고 봅니다. 남의 말 때문에 좋아하던 걸 놓지 않으셨으니까요. 안 맞는 건 틀린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