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약속 장소에서 상대가 물건을 꺼내기 전까지 휴대폰 녹음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두고 있었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긴장했었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분은 첫 출근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원증 줄을 계속 만지작거렸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낯선 사람들 사이라 경계했다고 하셨고요. 두 분의 이름을 서로 바꾸면 정확해집니다.
경계심과 긴장은 둘 다 편하게 있지 못하고 마음이 곤두선 상태입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주변을 살피고, 작은 소리에도 반응합니다. 겉모습이 같으니 섞어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경계심은 바깥의 누군가나 무언가가 나를 해칠까 지켜보는 마음이고, 긴장은 어떤 일을 앞두고 내 몸과 마음이 팽팽해진 상태입니다.
경계심에는 지켜보는 대상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거래 상대, 낯선 전화, 수상한 문자 같은 것입니다. 그 대상이 믿을 만한지 아직 모르니 눈을 떼지 않는 거죠. 녹음 버튼 위의 손가락이 그 눈입니다. 경계심은 상대가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풀립니다.
경계심과 조심성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긴장과의 경계만 보겠습니다.
긴장에는 의심할 상대가 없습니다.
첫 출근의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은 나를 해칠 사람들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잘해야 하는 일이 앞에 있죠. 그 무게가 몸을 팽팽하게 만듭니다. 사원증 줄을 만지는 손은 상대를 지켜보는 게 아니라 나를 붙드는 손입니다. 긴장은 그 일이 지나가면 풀립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같은 굳은 어깨라도 풀리는 조건이 다릅니다. 하나는 상대가 확인되어야 하고, 하나는 일이 지나가야 하겠지요.
경계심이라면 상대를 확인할 방법을 찾으시면 됩니다. 공개된 장소, 함께 갈 사람, 거래 기록 같은 것들이요.
긴장이라면 상대를 확인해도 풀리지 않습니다. 앞둔 일을 작게 나누거나, 숨을 고르는 쪽이 맞습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은 같습니다. 지켜보는 상대가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