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가 주문한 게 하루 만에 왔다면서 물었대요. 만드는 데서 바로 오는 거냐고요.
그게 아니래요. 어딘가에 미리 갖다 놓은 게 나오는 거라던데요. 그 갖다 놓는 자리를 맡아 주는 회사가 따로 있대요.
박예슬 파는 회사가 자기 창고를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신미혜 자기 창고를 지으면 한가한 철에는 비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이 집들은 두 가지로 받는대요.
하나는 자리를 쓰는 값이고요. 얼마나 넓게 얼마나 오래 두느냐로 받는대요. 다른 하나는 꺼내 보내는 값인데, 주문이 올 때마다 찾아서 담고 붙여서 내보내는 일이래요.
박예슬 그럼 쌓아 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일이 도는 거잖아요.
그 일이 더 크대요. 쌓아 두는 것보다 꺼내는 손이 많이 간다고요. 앞에서 골판지 회사가 택배가 늘면 같이 바쁘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상자에 담기는 자리가 여기였어요.
왜 자기가 안 하고 맡기느냐고 물었어요.
물건이 몰리는 철과 한가한 철이 다르잖아요. 자기 창고를 지어 두면 한가할 때 그 자리가 그대로 논다던데요. 맡기면 쓴 만큼만 내면 되고요.
신미혜 김장철에만 큰 독이 필요한데 독을 사 두면 나머지 철엔 자리만 차지하는 셈이죠.
앞에서 렌털 회사가 물건값을 먼저 다 들이고 나눠 받는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맡기는 쪽에서 보면 그 반대라고 하더라고요. 먼저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되는 쪽이요.
이건 생각해 보니 당연했어요. 빨리 보내려면 사람 많은 데서 가까워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람 많은 데는 땅이 비싸다던데요. 그래서 멀고 싼 자리와 가깝고 비싼 자리를 나눠 두고, 급한 건 가까운 데서 보낸다고 했어요.
박예슬 그럼 자리를 미리 잡아 둔 데가 유리한 거잖아요.
유리하대요. 그리고 그런 자리는 새로 만들기가 어렵다고 했어요. 앞에서 항만 터미널이 새로 만들기 어렵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결이 같더라고요.
마지막에 하나 더 들었어요. 사람이 넓은 창고를 걸어 다니며 찾는 게 일이었는데, 요새는 선반을 통째로 실어다 사람 앞에 갖다 놓는 기계가 있대요.
앞에서 로봇 만드는 회사가 사람을 밀어내려는 게 아니라 손이 모자라서 놓는 거라는 걸 알아봤잖아요. 여기가 그런 자리라고 하더라고요. 다만 그걸 들이는 데도 먼저 크게 들여야 해서 집집마다 다르대요.
어느 집이 어디까지 했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남의 물건을 맡아 두고 꺼내 보내 준다는 것, 자리 쓰는 값과 꺼내는 값을 따로 받는다는 것, 한가한 철에 자리가 노는 걸 피하려고 맡긴다는 것, 자리가 어디냐가 값을 정한다는 것, 그리고 기계가 선반을 옮기는 쪽으로 간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이제 빨리 왔다 싶으면 하나는 생각해요. 가까운 자리에 미리 갖다 놨구나.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