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가 그러는데 지갑을 어디에 연결했다가 털렸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대요. 저는 그게 이상했어요.
앞에서 코인 지갑 열쇠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열쇠는 밖으로 안 나간다고 했는데요. 그럼 연결만 해서 어떻게 가져가느냐고 물었어요.
박예슬 열쇠를 안 줬는데 가져간다는 게 말이 되나요?
신미혜 연결하는 것과 도장을 찍는 건 다른 일인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연결은 그쪽에서 내 지갑 자리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까지래요. 앞에서 코인 장부가 열려 있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어차피 볼 수 있는 것이라 그것만으로는 가져가지 못한다고요.
문제는 그다음이래요. 뭔가를 하려면 창이 하나 뜨는데, 거기서 확인을 누르는 게 이 지갑에서 얼마를 꺼내 가도 좋다는 도장을 찍는 일이라던데요.
여기가 제일 무서운 대목이었어요.
그 도장이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꺼내 가도 좋다는 뜻으로 찍힐 수 있대요. 그러면 그때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한참 뒤에 조용히 빠져나간다더라고요.
박예슬 그럼 누른 사람은 자기가 뭘 허락한 줄도 모르는 거잖아요.
앞에서 스마트계약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적어 둔 대로만 굴러간다고요. 그러니 도장을 찍은 대로 가져가는 거지 규칙을 어긴 게 아니라던데요. 그래서 되돌릴 데도 없대요.
이웃 언니가 그러는데 그 창에 뜨는 글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래요. 그래서 그냥 확인만 눌러 왔대요.
그게 노림수라고 했어요. 어렵게 적어 두면 사람들이 읽지 않고 누른다는 걸 알고 만든 자리라던데요. 그래서 무엇에 도장을 찍는지 모르겠으면 안 누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미 눌러 버린 사람은 어떡하느냐고 물었어요.
찍어 준 도장을 다시 거두는 자리가 있대요. 지금 어디에 무슨 도장을 찍어 뒀는지 들여다보고 지울 수 있다고요. 가끔 들여다보라는 말을 여러 번 하더라고요.
그리고 큰 걸 두는 지갑과 여기저기 연결하는 지갑을 아예 나눠 두는 사람이 많대요. 앞에서 하드웨어 지갑 얘기를 알아봤잖아요. 큰 건 인터넷에서 떼어 놓고, 돌아다니는 건 작은 지갑으로만 한다는 거예요.
다만 어느 자리가 안전한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연결은 보여주는 것까지라는 것, 도장을 찍는 건 그다음 일이라는 것, 그 도장이 앞으로도 계속일 수 있다는 것, 규칙을 어긴 게 아니라 찍은 대로 가져가는 거라 되돌릴 데가 없다는 것, 그리고 찍어 준 도장을 지우는 자리가 있다는 것.
저는 이제 확인 창이 뜨면 하나는 물어봐요. 이거 뭘 허락하는 도장이래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