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사부가 제자를 어디 밀어주는 장면을 보더니 묻더라고. 이게 물려주는 거냐고.
아니야. 비슷해 보이는데 거는 게 달라.
의발 얘기랑 천거 얘기를 각각 적은 적이 있어. 붙여놓고 보니까 분명하더라고.
의발은 내 것을 넘기는 거야. 무공이든 물건이든 자리든. 넘기고 나면 내 손에서 떠나. 그래서 한 사람한테만 할 수 있어.
천거는 남의 집 문을 열어주는 거야. 내가 가진 걸 주는 게 아니라 내 이름을 빌려주는 거지. 그래서 여러 사람한테 할 수 있어.
이 차이가 그대로 값이 돼.
세 번째가 크지. 천거는 나중에 내가 잘못 봤다고 말할 수 있어. 의발은 그게 안 돼. 넘긴 걸 도로 가져오는 방법이 없거든.
무협에서 사부가 의발을 넘길 때 그렇게 신중한 게 그래서야.
의발 얘기를 적을 때 제일 센 제자한테 안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고 썼어. 뒤를 맡기는 거라 실력만 보면 안 되니까.
천거는 그보다 가벼워. 뒷배 얘기를 전에 적었어. 뒤에 봐줄 사람이 있느냐가 절반이라고. 천거는 그 뒤를 잠깐 빌려주는 거지 넘기는 게 아니야.
이게 작품에서 써먹는 대목이야.
의발은 한 제자한테 넘기고, 천거는 다른 제자를 밀어주는 경우가 있어. 그러면 누가 진짜 후계냐가 흐려져. 자리는 이쪽이 받았는데 밖에서 알아주는 건 저쪽인 거지.
세가가 안에서 싸우는 얘기가 많다고 오대세가 정리에 적었잖아. 문파도 이 대목에서 똑같이 갈려. 사문 문파 차이를 전에 적었는데, 배운 줄이랑 소속이 어긋나는 게 여기서도 나와.
받는 입장에서도 달라.
의발을 받으면 앞으로 그 자리에서 살아야 해. 나갈 수가 없어. 천거를 받으면 한 번 문이 열린 것뿐이야. 그다음은 자기가 해야 하고, 안 되면 돌아 나와도 돼.
그래서 무협에서 의발을 받고 부담스러워하는 인물이 나와. 천거는 그런 게 없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남을 세워주는 장면은 다 좋은 걸로만 봤어.
지금은 뭘 걸었는지를 세. 자리를 걸었으면 의발이고 이름만 걸었으면 천거야. 그거 하나면 그 인물이 뒤에 어떻게 될지가 대충 보여.
어느 장면이 헷갈렸는지 말해봐. 뭘 걸었는지 같이 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