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산적한테 값을 내고 지나가는 대목을 보더니 묻더라고. 그냥 싸우면 되지 않냐고.
셈을 해보면 안 싸우는 게 맞아. 그 얘기를 해볼게.
녹림 수적 차이를 전에 적었어. 녹림은 자리를 잡고 값을 받는다고. 그 길을 계속 쓰려면 다 죽이면 안 된다고 썼지.
그러니까 통행세는 한 번 뺏는 게 아니라 계속 받는 방식이야. 값이 정해져 있고, 내면 지나가고, 다음에 또 와도 같은 값이야.
이게 핵심이야. 내는 쪽도 손해가 아니야.
세 번째가 크지. 표국 상단 차이를 전에 적었어. 표국은 정해진 길로 가야 맡긴 쪽이 안심한다고. 통행세가 정해져 있으면 그것도 짐값에 얹어서 계산할 수 있어.
작품에서 이게 더 나가면 이런 게 나와. 표국이 녹림이랑 미리 얘기를 해둬.
이 길로 몇 번 지나가고 얼마를 내겠다는 식으로. 매번 흥정을 안 하려고 그러는 거지.
표국이 왜 항상 털리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신용장사라고. 그런데 실제로 털리는 일이 잦으면 장사가 안 되잖아. 그래서 털릴 일을 미리 값으로 바꿔놓는 거야.
그럼 왜 무협에서 싸우는 장면이 나오냐. 안 내는 놈이 나와야 이야기가 되니까.
돈이 없거나, 자존심이 걸리거나, 그 산적이 값을 안 지키고 더 뜯거나. 세 번째가 제일 자주 나오는 구실이야. 정해진 값을 어기면 그때부터 협상이 아니라 강도가 되거든.
그러면 주인공이 나설 명분이 생겨. 협이 갚는 거라고 내가 적었는데, 여기서는 규칙을 어긴 쪽을 치는 거야.
왜 이런 게 생겼냐면 관이 안 닿아서야. 강호에 나라는 왜 안 끼어드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관도 얘기에도 적었지. 나라가 길을 닦아놓긴 했는데 지키지는 않는다고. 그러면 그 길을 실제로 관리하는 놈이 값을 받게 돼.
통행세는 그러니까 나라 대신 누가 길을 쥐고 있다는 표시야. 값을 받는 놈이 그 길 주인인 거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값 내는 장면이 좀 비겁해 보였어.
지금은 하나만 봐. 값이 정해져 있나. 정해져 있으면 그건 거래고, 부르는 대로면 그건 강도야. 그거 하나면 그 대목이 어디로 갈지가 잡혀.
어느 대목이 걸렸는지 말해봐. 왜 값을 냈는지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