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싸움 장면을 많이 읽다 보면 이상한 게 하나 보여. 다들 손이랑 검으로 싸워. 발로 차는 고수는 생각보다 드물어.
발차기는 힘이 세잖아. 다리가 팔보다 굵고 길고. 근데 왜 무협에선 조연 취급일까.
발로 하는 무공을 퇴법이라고 해. 오늘은 그쪽을 파볼게.
퇴법의 약점은 이거야. 발을 차면 한 발로 서야 해.
한 발로 서면 중심이 흔들려. 상대가 그 순간 들어오면 막을 게 없어. 천근추 얘기를 전에 적었는데, 땅에 박혀 버티는 무공이 있을 만큼 무협은 중심을 중요하게 봐. 퇴법은 그 중심을 일부러 내주는 무공이야.
그래서 퇴법 고수는 엄청 빨라야 해. 차고 내려오기 전에 상대가 못 들어오게. 빠르지 않으면 차는 순간 진 거야.
퇴법 쓰는 인물은 대개 성격이 과감해. 중심을 내줄 각오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대개 검을 안 드는 인물이야. 손이 비어 있으니까 균형 잡는 데 쓰는 거지. 맨손으로 싸우는 놈이 제일 무섭다는 얘기를 전에 했는데, 퇴법 고수는 그 맨손 중에서도 손 대신 발을 고른 사람이야.
퇴법이 무서워지는 건 이어 찰 때야. 한 발 차고 내려오면서 다른 발이 올라가. 땅에 발이 거의 안 닿아.
그 장면은 무협에서 꽤 화려해. 공중에서 연달아 차는 거. 막는 쪽은 위에서 오는지 옆에서 오는지 몰라. 팔은 두 개지만 발은 높이가 다양하거든.
바쁜 날 우리 점소이가 양손에 국그릇을 들고 부엌 문을 발로 밀어서 열었어. 손님 하나가 그걸 보고 퇴법이라고 했지.
다들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야. 손이 바쁠 때 발을 쓰는 거. 무협 퇴법 고수도 그래서 생겼을지 몰라. 손에 뭘 들고 있어도 싸울 수 있게.
발로 싸우는 인물 기억나는 거 있으면 들려줘. 드문 만큼 하나하나가 오래 남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