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된 책은 한 번 털어봅니다. 그러면 별것이 다 나오죠.
손님들이 무심코 끼워두신 것들입니다. 저희는 그걸 모아 따로 보관합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하려고요.
가장 많은 건 종이입니다.
영수증, 명함, 지하철 표, 병원 예약 카드, 접어둔 메모. 사진도 가끔 나오고, 돈이 나오기도 합니다. 손편지가 나온 적도 있죠.
말린 꽃잎이나 나뭇잎은 계절마다 나옵니다. 저는 그게 제일 반갑습니다. 누군가 그 계절에 이 책을 읽었다는 표시니까요.
이 물건들의 대부분은 갈피로 쓰인 겁니다. 읽다가 손에 잡히는 걸 끼워두신 거죠.
그래서 나오는 물건을 보면 그분이 어디서 이 책을 읽으셨는지가 보입니다. 지하철 표가 끼워져 있으면 오가는 길에 읽으신 거고, 병원 접수증이면 기다리시면서 읽으신 겁니다.
저는 그런 물건이 나오면 잠깐 멈추게 되더군요. 책은 조용히 돌아왔는데 그 사람의 하루가 딸려 온 셈이니까요.
여기는 분명히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나온 물건은 그 자리에서 봉투에 넣고 어느 책에서 나왔는지만 적습니다. 적힌 내용을 읽지 않습니다. 메모든 편지든 마찬가지죠. 무엇을 읽었는지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여기에도 그대로 붙습니다.
찾으러 오시면 어느 책에서 나왔는지 확인하고 돌려드립니다. 그때도 안에 뭐가 적혀 있는지는 안 물어봅니다.
며칠 안에 오시는 게 좋습니다. 보관 기간이 정해져 있거든요.
기간이 지난 것은 규정대로 처리합니다. 그래서 아깝게 사라지는 것들이 있죠.
돌려드리려는 얘기와 별개로 하나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두꺼운 것은 끼우지 마십시오. 볼펜이나 지우개 같은 게 들어가면 책등이 벌어집니다. 먹을 것도 안 됩니다. 사탕 껍질에 남은 것이 종이에 배면 그 책은 못 씁니다. 그리고 젖은 것은 며칠이면 곰팡이가 됩니다.
가장 안전한 건 얇은 종이입니다. 사실 갈피로 쓰기에는 그게 제일 낫기도 하죠.
사람이 남기고 가는 것은 대개 남기려고 남긴 것이 아니다.
언젠가 나온 예약 카드 뒷면에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대신 챙기고 계셨던 것 같더군요.
그건 한 주쯤 뒤에 찾아가셨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안 물었고요.
책 사이에 뭘 끼워두셨다가 잃어버리셨으면 그냥 오시면 됩니다. 뭐가 나오든 저희는 안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