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에 걸쳐 『차라투스트라』를 읽어 오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쪽을 덮으시고는 한참 앉아 계셨죠. 그러다 일어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저도 나가야겠네요.
그 말이 이 책의 마지막 장면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마지막 장입니다. 앞서 더 높은 인간 뜻을 적으며, 동굴에 모인 손님들과 그들이 차라투스트라가 기다린 이들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했죠.
밤새 잔치가 끝난 아침, 차라투스트라는 홀로 동굴 밖으로 나옵니다. 그때 하늘에서 새 떼가 구름처럼 내려오고, 한 마리 사자가 다가와 그의 발치에 조용히 눕죠. 차라투스트라는 그것을 표징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가 기다리던 이들, 나의 아이들이 가까이 왔다는 신호로요.
그 순간 차라투스트라는 깨닫습니다. 동굴 안의 더 높은 인간들을 향한 동정이 자신의 마지막 유혹이었다는 걸요. 앞서 니체 동정 뜻을 적었는데, 차라투스트라가 끝까지 경계해야 했던 것이 바로 그 마음이었죠.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그것의 시간은 지났다. 동정에 머물지 않고, 제 일을 향해 가기로 한 겁니다.
이 책의 마지막 말은 이렇습니다.
이것은 나의 아침이다. 나의 낮이 시작된다. 이제 솟아올라라, 솟아올라라, 너 위대한 정오여!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동굴을 떠나죠. 어두운 산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처럼, 빛나고 힘차게. 앞서 니체 정오 뜻을 적었는데, 이 마지막 장에서 정오는 이제 막 다가오는 시간이 됩니다.
마지막 쪽을 덮는 자는 끝에 선 것이 아니다. 동굴 문 앞에 선 것이다. 해는 나서는 자의 등 뒤에서 떠오른다.
오래 붙든 것을 끝냈다면, 거기서 일어서십시오. 끝은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나서는 자리입니다. 머물게 하는 마음을 알아차리십시오. 차라투스트라에게 동정이 그랬듯, 저를 붙잡는 마음이 무엇인지요. 작은 표징을 찾으십시오.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신호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더군요.
그 손님은 그 책을 반납하며 다음 책을 고르셨습니다. 니체가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이었죠. 이제 동굴 밖으로 나가 보려고요, 하며 웃으셨습니다.
한 권을 끝내는 날은 또 올 겁니다. 저는 그 마지막 쪽을 끝이 아니라 문으로 삼고, 제 아침을 맞으러 그 문을 스스로 열고 나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