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안 하고 옆에 앉아만 계셨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한 게 없어서 어색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인사가 잘못 온 것이 아닙니다. 이름이 조금 달랐을 뿐이죠.
고마움과 든든함은 둘 다 그 사람 때문에 생기는 좋은 감정입니다.
둘 다 그 사람이 없으면 허전하고, 둘 다 말로 전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하나로 쓰이는데, 생기는 조건이 다릅니다.
고마움은 받은 것에서 오고 든든함은 있다는 것에서 옵니다.
고마움은 그 사람이 무언가를 해줬을 때 생깁니다.
시간을 냈거나, 도와줬거나,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고마움은 항목으로 셀 수 있습니다. 무엇을 받았는지 댈 수 있죠.
그리고 고마움에는 갚을 것이 따라옵니다. 며칠 전에 말씀드린 감사가 이쪽이겠지요.
든든함은 그 사람이 거기 있다는 것 자체에서 오는 감정입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옆에 앉아만 있어도 생깁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이니까요.
그래서 든든함은 항목으로 못 셉니다. 그리고 갚을 것도 안 따라옵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그분에게 실제로 받은 것을 대실 수 있습니까?
아무 말 없이 앉아 계셨던 분은 뒤쪽입니다. 한 게 없다고 여기셨는데, 있어 주는 것이 그 사람이 한 일이었던 겁니다.
여기가 오늘의 요점입니다.
고마움은 항목이 있으니 말하기 쉽습니다. 무엇이 고마웠는지 대면 되니까요. 그런데 든든함은 댈 것이 없어서 말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대개 고맙다는 말로 대신 나갑니다. 받는 쪽에서는 한 것도 없는데 하고 어색해지죠. 두 이름을 갈라두면 그 어색함이 설명됩니다.
고마움이면 항목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무엇이 고마웠는지 한 줄 붙이면 도착합니다.
든든함이면 할 일은 다릅니다. 있어 줘서 좋다고 그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한 게 없어도 되는 말이니까요.
받는 쪽에서도 그 말이 더 정확하게 도착합니다. 어색해할 자리가 없어지고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그 사람 덕인 것은 같습니다. 받은 항목이 있는지만 보시죠.
구분이 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