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걷다가 바로 뒤에서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가 갑자기 났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순간 몸이 굳어 한 걸음도 못 떼셨다고요.
그리고 다음 날, 같은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고 하셨습니다. 그 분은 둘 다 공포였다고 하셨는데, 두 감정은 이름이 다릅니다.
공포와 두려움은 둘 다 나를 해칠 수 있는 무언가 앞에서 드는 감정입니다.
심장이 빨라지고, 피하고 싶어지고, 주변을 살피게 됩니다. 무섭다는 점이 같으니 한 단어로 부르시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이 둘을 가를까요?
공포는 위협이 지금 눈앞에 닥쳤을 때 오는 감정이고, 두려움은 위협이 앞으로 올 것으로 보일 때 오는 감정입니다.
공포는 위협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을 때 옵니다.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몸이 먼저 굳거나 먼저 뛰죠. 브레이크 소리가 났을 때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공포는 강하고 짧습니다. 위협이 지나가면 대개 몸부터 풀립니다.
두려움은 아직 오지 않은 위협을 내다볼 때 옵니다.
다음 날의 밤길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두려움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위협이 오기 전까지 계속 이어지니까요.
불안과 두려움의 차이는 전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두려움은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불안과 갈렸고, 여기서는 그 대상이 지금이냐 앞이냐로 공포와 갈립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브레이크 소리는 공포였고, 다음 날의 무거움은 두려움이었습니다. 하루 사이에 이름이 바뀐 거겠지요.
공포라면 할 일은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지금 닥친 일이니까요.
두려움이라면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다른 길로 가거나, 밝은 시간에 지나가거나, 같이 걸을 사람을 찾을 수 있죠. 둘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면 시간이 있는 일도 지금 당장의 일처럼 굳어버립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무서운 것은 같습니다. 지금 닥쳤는지만 보시죠.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