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고수 중에 제일 얄미운 놈들이 있어. 싸움판 한가운데서 손가락을 한 번 튕겨. 그러면 저쪽 사람이 픽 쓰러져.
칼도 안 뽑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아. 나는 처음에 이게 너무 반칙 같았어.
이게 탄지공이야. 손가락을 튕겨서 치는 무공이지.
손가락으로 콩알 튕기는 거 해봤지. 그 힘은 작잖아.
무협은 거기에 내공을 실어. 그러면 튕긴 손가락 끝에서 기운이 날아가. 작은 돌이나 동전, 물방울을 튕겨서 날리는 경우도 많아. 암기 얘기할 때 던지는 걸로 고수를 잡는다고 했었는데, 탄지공은 그 가장 작은 판이야.
그리고 대개 혈을 노려. 점혈이랑 붙어 다니는 이유가 그거야. 멀리서 혈 하나를 짚어서 사람을 멈추는 거지.
이름에도 뜻이 있더라. 탄지는 원래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아주 짧은 사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대.
그러니까 탄지공이라는 이름엔 눈 깜짝할 새에 끝난다는 느낌이 같이 들어 있어. 긴 싸움이 아니라 한 번에 끝내는 무공이라는 거지.
이 대목 읽던 손님 하나가 신이 나서 땅콩 껍질을 튕겼어. 그게 내 이마에 맞았어.
손님은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웃음을 못 참더라. 나도 웃었어. 내공도 없는 손가락인데 꽤 따끔했거든.
그때 생각했지. 탄지공이 얄미운 건 힘이 아니라 태도 때문이구나. 몸을 안 쓰고, 여유롭게, 손가락 하나로 끝내는 거. 그 여유가 상대를 더 약 올리는 거야.
무협에서 탄지공 쓰는 인물은 대개 느긋하고 좀 괴팍해. 싸움을 귀찮아하는 사람이지.
잘 쓴 글은 그 성격을 손가락 하나로 보여줘. 말 한마디 없이 튕기고 다시 술잔을 드는 장면. 그 한 컷이면 그 인물이 어떤 놈인지 다 알아.
제일 얄밉게 강한 인물 있으면 추천해줘. 나 그런 놈들 좋아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