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배를 타고 왔다길래 물어봤어. 편하냐고.
편하긴 한데 산길보다 무섭대. 왜냐고 했더니 내릴 데가 없어서라고 하더라고. 나는 그 말이 오래 남았어.
산적은 왜 항상 산에 있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녹림도 엄연한 문파라고.
그런데 강에도 도적이 있었어. 수적이라고 불러. 물 위에서 배를 터는 놈들이지.
무협에 덜 나와.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닌데 산적만큼 자주는 안 나와. 이유가 있어.
여기가 핵심이야. 무협의 싸움은 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성립해.
보법 얘기를 전에 적었어. 반 걸음으로 자리를 바꾸는 게 승부를 가른다고. 배 위에서는 그게 안 돼. 발밑이 흔들리니까 자리를 못 잡아.
경공도 마찬가지야. 뛸 데가 없어. 지붕도 나뭇가지도 없고 사방이 물이잖아.
그러니까 물 위에서는 육지에서 세던 놈이 안 세져. 무협이 팔고 싶은 게 무공인데 그게 안 통하는 자리라 잘 안 쓰는 거야.
수적이 나오면 싸우는 방식이 달라져.
세 번째가 재밌어. 무공이 세도 헤엄을 못 치면 끝이야. 육지 규칙이 통째로 안 먹히는 자리인 거지.
아까 그 손님 말이 정확했어. 산길에서는 튀면 돼. 숲으로 들어가거나 산으로 오르거나.
배 위에서는 갈 데가 없어. 물에 뛰어들거나 배 안에 있거나 둘뿐이야. 그래서 수적한테 걸리면 협상밖에 없어. 물건을 내주고 목숨을 사는 거지.
표국이 왜 항상 털리냐는 얘기를 전에 적었어. 그 표국이 강길을 쓰면 더 위험해. 도망칠 수가 없으니까 아예 붙지를 않고 내주는 게 낫거든.
그럼 왜 강으로 다니냐. 빠르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어서야.
거리 단위 얘기를 전에 적었어. 걸어서 하루에 백 리라고. 배는 물살을 타면 그보다 훨씬 가. 그리고 무거운 짐은 수레로 못 옮겨.
그러니까 상단이 큰 짐을 옮길 때는 강을 써. 표국 상단 차이를 어제 적었는데, 짐이 크면 강길이고 급하면 육로인 셈이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배 나오는 대목을 그냥 이동 장면으로 봤어.
지금은 배가 나오면 좀 긴장해서 봐. 그 대목부터는 지금까지 쓰던 방식이 안 통하거든. 금강불괴가 나오면 싸움 규칙이 바뀌는 것처럼, 물 위도 판이 바뀌는 자리야.
어느 대목에서 배가 나왔는지 말해봐. 그 길이 어딘지 같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