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다가오면 봉사 신청이 며칠 만에 마감됩니다. 학부모님들 전화도 늘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이걸 좀 시큰둥하게 봤습니다. 시간을 채우러 오는 것이니까요.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물어보면 대답은 정직합니다. 시간이 필요해서 왔다고 하죠.
손님들 얘기로도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채워야 하는 시간이 있고, 그중 도서관이 조용하고 안전하고 부모가 안심하는 자리라 몰린다고 하시더군요. 뉴스에서도 봉사 자리 경쟁이 세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건 책이 좋아서 오는 게 아닙니다. 그건 인정하고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거창한 일은 없죠. 대부분 이런 것들이죠.
가장 많이 시키는 건 첫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이들이 제일 많이 막힙니다.
서가 정리를 시키면 처음에는 다들 한 칸을 몇 번씩 왕복합니다.
청구기호를 한 자리씩 왼쪽부터 비교해야 하는데, 통째로 큰 수로 읽어버리거든요. 그래서 811.3 을 82 보다 뒤에 꽂습니다. 어른도 처음에는 똑같이 하시죠.
그런데 두어 시간이면 손에 붙습니다. 그때부터 표정이 좀 달라지더군요. 규칙을 알고 나면 서가가 무질서한 책 더미가 아니라 순서가 있는 지도로 보이니까요.
좋은 얘기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폰을 보다 가거나, 대충 꽂아놓고 가거나, 확인서만 받아 가는 아이들이요. 그러면 저희가 다시 정리해야 하니 일이 늘죠. 봉사가 늘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그 아이들도 오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시간만 채우고 간 아이도 그 시간 동안 책이 어떻게 관리되는지를 봅니다.
누가 이걸 정리하는지, 왜 순서가 있는지, 반납된 책이 어디로 가는지를요. 그걸 본 아이는 나중에 책을 아무 데나 꽂아놓고 가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남는 장사죠.
그리고 몇 명은 봉사가 끝난 뒤에도 옵니다. 그때는 회원증을 들고 오고요.
목적이 불순하다고 결과까지 불순한 것은 아니다. 발이 먼저 오면 마음은 나중에 오기도 한다.
한 칸을 세 번 왕복하던 그 아이는 나중에 다른 아이한테 순서 읽는 법을 알려주고 있더군요.
배운 지 두 시간 된 걸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이 제도의 값어치라고 봅니다.
무엇 때문에 오시든 상관없습니다. 와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대개 하나는 가지고 가시더군요.